하늘길 뚫리자 '오버 투어리즘' 몸살
프랑스 국립공원도 입장객 제한 나서
쓰레기·주거난... 현지인 불만 커진 탓
#. 온화한 기후를 자랑하며 '꽃의 섬'이라 불리는 프랑스 브르타뉴의 브헤아섬. 오는 14일부터 약 한 달간 하루 방문자 수를 하루 4,700명으로 제한한다. 많게는 하루 6,000명 이상이 찾던 곳이다. 관광객들 때문에 섬의 명소 파온(Paon) 등대의 진입로가 침식되는가 하면, 넘치는 쓰레기에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당국이 특단의 조치를 꺼냈다.
세계 관광 명소들은 최근 저마다의 방식으로 방문객들을 향해 "차라리 오지 말라"고 외치고 있다. '많아도 너무 많이' 온다는 게 이유다. 코로나19 사태로 막혔던 하늘길이 뚫린 데다 본격적인 휴가철까지 맞물리며 폭증한 관광객 때문에 몸살을 앓는 탓이다. 현지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관광객 입장에서도 제대로 여행을 즐기기 힘든 이른바 '오버 투어리즘(Over tourism·과잉 관광)'이 만든 새 풍경이다.
"많아도 너무 많이 온다" 관광객 수 제한 나섰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오버 투어리즘'을 토로했던 유럽에선 엔데믹 특수가 맞물리며 최근 관광객이 폭증하고 있다. 명소들을 끼고 있는 유럽 도시들은 일찌감치 관광객 제한에 나섰다. 프랑스 마르세유 칼랑크 국립공원은 다음 달까지 사전 예약제를 시행해 하루 2,500명이던 방문객을 400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한 조치"란 설명이다.
한 해 300만 명이 찾는 프랑스 노르망디의 바위섬 몽생미셸은 지난달 유일한 통행 수단인 버스 운행을 일시 중단했다.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은 올해 초 하루 방문객 수를 종전 4만5,000명에서 3만 명으로 제한했다. 이탈리아 베니스는 내년부터 방문객에게 입장료를 받는다.
이탈리아 리비에라의 해안 마을 포르토피노는 지난 4월 '셀카 벌금' 제도를 도입했다. 사진 촬영이 빈번한 건물 앞 등을 이른바 '레드존'으로 지정한 뒤 셀카를 찍기 위해 해당 영역에 머무는 관광객에 최대 275유로(약 39만 원)의 벌금을 물린다. 시 당국은 "관광객들이 좁은 거리에서 사진 촬영을 위해 멈춰 서는 탓에 보행자는 물론 차량까지 통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에어비앤비 폭증하니... 현지인 주거비도 폭등
이런 모습은 관광객 유치에 혈안이 된 동남아 국가들과 대조적이다. 최근 베트남은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무비자 유효 기간을 15일에서 45일로 연장했다. 유럽은 오버 투어리즘의 부작용으로 인한 손해가 관광으로 얻는 이익을 넘어선다고 본다.
도심 곳곳에 쓰레기가 쌓이고 교통 정체가 극심해지는 건 예사다. 도심 집주인들이 주택을 에어비앤비 등 관광객용 숙박 공유 서비스로 대거 활용하면서 거주자들의 월세 등 주거비가 폭등하는 문제도 크다. 지난달 이탈리아 피렌체가 숙박 공유업의 신규 등록을 금지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피렌체는 관광객용 단기 임대를 포기하는 집주인에게 재산세를 면제해 주는 혜택도 제시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관광 산업에 크게 의존하는 유럽 국가들이 지나치게 많은 관광객들과 싸우는 상황"이라며 "인파를 줄이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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