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표현의 자유 막을 수 없다"지만…
튀르키예 등 이슬람 국가 "강력 대응" 선포
스웨덴에서 이슬람교 반대 시위에 참가한 한 남성이 이슬람교 경전인 쿠란을 도시 한복판에서 불태웠다. 이슬람이 부정하다고 여기는 돼지고기로 만든 햄을 쿠란에 끼운 채였다.
이슬람권 국가들은 "쿠란 훼손은 신성 모독"이라며 격분했다. "표현의 자유를 막기 어렵다"며 시위를 허용한 스웨덴 정부에 비판이 쏟아졌다. 쿠란 훼손이 이슬람교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확산하고,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전 세계 무슬림은 18억 명 정도로 추산된다.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스웨덴의 나토 가입 승인권을 쥔 이슬람 국가 튀르키예가 "스웨덴 정부에 직접적 책임을 묻겠다"고 나섰다. 다음 달 11, 12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나토 가입 논의를 매듭지으려던 스웨덴의 계획은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스톡홀름 한복판 쿠란 소각... 이슬람 국가들 '격분'
스웨덴 언론 다겐스 뉘헤테르, 프랑스 AFP통신 등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간)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의 한 이슬람 예배당(모스크) 앞에서 200명가량이 참가한 이슬람교 반대 시위가 열렸다. 이슬람 최대 명절인 '이드 알 아드하'(6월 27일~7월 1일)에 맞춰 기획된 시위로, 스웨덴 정부가 허가했다. 이라크 국적자이면서 반이슬람주의자인 살완 모미카(37)는 이 자리에서 쿠란을 찢고 밟은 뒤 쿠란을 태웠다. 그는 "모든 의사 표현을 존중하는 민주주의의 위대함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슬람 국가들은 스웨덴 정부를 향해 "이슬람 모독 행위에 동조했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스웨덴에서는 과거에도 쿠란 소각 사건이 수차례 발생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29일 "테러 조직의 이슬람 혐오에 강력 대응하겠다"며 "오만한 서방에 '신성한 가치에 대한 모욕은 사상의 자유가 아니다'라는 점을 가르쳐 주겠다"고 경고했다. 이라크 정부는 "모미카가 이라크 법에 따라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신병을 넘기라"고 요구했다. 모로코, 요르단 등은 스웨덴 대사를 초치했다. 5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이슬람협력기구는 긴급 회의를 열 계획이다.
스웨덴 대사관에 대한 공격도 잇따랐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선 시위대가 스웨덴 대사관을 일시 점거한 뒤 "쿠란은 우리의 헌법"이라고 외쳤다. 모미카는 스웨덴 언론 익스프레센과의 인터뷰에서 "수천 건의 살해 협박을 받았다"고 밝혔다.
미국도 "우려" 입장… '대응 어쩌나' 난감한 스웨덴
논란이 커지자 미국도 입장을 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해당 시위가 공포 환경을 조성해 무슬림 및 기타 소수 종교인이 종교의 자유를 행사하는 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고 우려했다. 다만 스웨덴 정부를 비판하지는 않았다.
상황은 더 악화할 전망이다. 모미카는 "열흘 안에 스톡홀름 내 이라크 대사관 앞에서 쿠란을 불태우겠다"고 예고했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쿠란 소각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시위 자체를 막을 순 없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다만 스웨덴 정부는 모미카를 비롯한 시위 참가자들이 위법을 행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스웨덴은 튀르키예로부터 나토 가입 승인을 받아내려고 애쓰고 있었지만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나토 주재로 열리는 스웨덴과 튀르키예의 회동이 무산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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