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서울 도심 호텔서 직원·손님들 위협
9명 구속, 배상윤 사모펀드 손실 회수 목적
檢 "조폭들, 또래 정기회합으로 세력 키워"
서울 도심 호텔에서 장기간 집단 난동을 부린 전국구 폭력조직 ‘수노아파’ 조직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수노아파 규모를 120명 정도로 파악했으나, 이번 수사로 핵심 조직원들을 대거 붙잡은 만큼 사실상 조직이 와해됐다고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 신준호)는 폭력행위처벌법상 범죄단체 구성ㆍ활동 등 혐의로 수노아파 조직원 9명을 구속 기소하고, 3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사안별로는 하얏트호텔 난동 가담자 윤모(51)씨 등 12명(구속 7명), 신규가입 조직원 27명(구속 2명)이다.
투자 손실에 호텔 장악한 전국구 조폭
검찰 조사 결과, 윤씨 등은 2020년 10월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호텔에 3박 4일간 머물며 직원과 손님들을 위협하는 등 소란을 피웠다. “60억 원을 내놓으라”면서 배상윤(57) KH그룹 회장과의 면담도 요구했다. 또 식당 공연 무대에 난입하는가 하면, 객실에서 흡연하고 전신 문신을 드러낸 채 사우나를 독차지하는 등 공포감을 조성해 호텔 업무를 방해했다. 철저히 계획된 행패였다.
검찰은 지난해 2월 경찰이 사건을 넘기자 중대 폭력조직 사건으로 판단해 전면 재수사에 돌입했다. 수노아파 서울 강남 합숙소와 운영 유흥주점 등 6곳을 찾아내 압수수색을 했고, 최근까지도 이들의 단합대회 첩보 등을 입수해 연락책 등을 구속수사하면서 조직 구성과 규모가 새롭게 밝혀졌다.
난동 경위는 수노아파 부두목급이 당시 하얏트호텔을 인수한 배 회장이 운영하는 사모펀드 등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보면서, 만회할 목적으로 조직원들을 사주한 것으로 결론 났다. 폭력조직 출신인 배 회장도 세간의 이목이 쏠리자 피해자임에도 고소를 취하하면서까지 사건무마를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배 회장과 KH그룹의 불법 행태도 정조준하고 있다. 수천억 원대 배임ㆍ횡령 및 사모펀드 관련 의혹은 물론, 하얏트호텔 인수 과정, 강원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매각 입찰 방해 의혹 등 다양한 혐의를 수사 중이다. 그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에 피신한 것으로 파악돼, 검찰은 인터폴 적색수배 및 여권 무효화 조치를 하고 추적하고 있다.
"요즘 조폭은 전쟁 대신 또래 모임"
수노아파 수사로 조폭 세계의 달라진 기류도 확인됐다. 검찰은 주요 조직끼리 전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요즘엔 이른바 ‘또래 모임’으로 불리는 온ㆍ오프라인 정기 회합을 통해 세를 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부장검사는 “폭력조직 배후까지 철저히 수사해 조직을 해체하는 등 엄정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노아파는 1980년대 후반 전남 목포에서 결성돼 1990년대 중반 서울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1997년 6월 법원 판결을 통해 범죄단체가 됐고, 2000년대 들어 전국 10대 폭력조직으로 세력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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