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 첫 일성
인사청문 준비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 만나
"합의는 쌍방이 지키는 게 중요" 北 비판
야당 "극단적 남북 적대론자...부적격"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30일 "(전임 정부에서 맺은) 남북 합의를 선별적으로 고려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9·19 군사 합의를 비롯해 문재인 정부 때 북한과 맺은 합의 가운데 일부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어 "(교류협력 중심인) 통일부 주 업무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혀 조직 재정비를 예고했다. 반면 야당은 김 후보자를 '극우 인사'로 규정하며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어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에 난항이 예상된다.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을 차린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취재진과 만나 "정책은 연속성이 중요하지만 변화한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며 남북 합의 재검토 가능성을 언급했다. 윤석열 정부 첫 통일부 수장인 권영세 장관이 '이어 달리기'를 강조하며 "남북 간 모든 합의를 존중하고 이행해 나간다"고 밝힌 것과 꽤 차이가 있다. 대화를 중시했던 문재인 정부는 모두 23건의 남북 합의를 맺은 바 있다.
김 후보자 "자유, 인권, 법치가 남북관계의 원칙"
김 후보자는 합의를 일상적으로 어기는 북측 태도를 문제 삼았다. 그는 "합의는 쌍방이 지키는 게 중요한데 북한이 일부 어긴 사실이 확인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어 "북한이 고강도 도발을 하는 등 (문재인 정부 때 맺은) 9·19 군사 합의를 충실히 지키지 못한다면 정부도 나름의 입장을 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말 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무단 침투하자 "우리 영토를 재침범하면 9·19 군사 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통일부는 효력 정지 시 대북 전단 살포와 확성기 방송 등을 재개할 수 있는지 법률 검토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통일부 조직의 변화도 예고했다. '원칙 있는 남북관계'를 강조해 온 그는 "자유, 인권, 법치 등이 원칙"이라면서 "통일부는 앞으로 원칙 있고 가치 지향적인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법률상 주 업무인 교류협력보다 상호주의에 입각한 대북 대응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북한의 아킬레스건으로 김정은 체제가 가장 민감해하는 인권 문제를 집중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반면 학자 시절 드러냈던 강경 일변도의 대북 인식은 다소 달라질 수 있음을 내비쳤다. 김 후보자는 "정책은 현실을 많이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면서 "대한민국은 강압적 흡수통일을 추구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는 인도적 지원은 조건 없이 한다는 입장이며 나도 이에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야당은 북한에 적대적인 김 후보자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정조준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극단적 남북 적대론자로 평가받는 인물이 평화 통일 기반을 마련하고 남북 대화에 앞장서야 할 통일부 장관에 적합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도 "(김 후보자가)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의 파기를 주장하고, 6·15 남북선언, 판문점 선언 등을 부정하는 극우적 시각과 적대적 통일관을 가졌다"며 "통일부 장관에 부적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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