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대교협 하계 총장 세미나서 '지자체-대학 협력 과제' 논의
총장들 "지자체 역량 편차 심해… 일자리 문제 등 정부 역할 필요"
"대학 연구실이 곧 기업 연구소가 될 수 있도록 기업이 필요한 기술을 대학과 공동개발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성권 부산시 경제부시장)
"라이즈(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사업이 성공하려면 지자체가 대학을 단순 인력 양성소가 아닌 지역 혁신의 동반자로 존중할 수 있는 법적 장치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정성택 전남대 총장)
29일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열린 '2023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에서는 '대학-지자체 협력의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초점은 정부 대학 정책의 타당성과 적실성이었다. 교육부는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대학을 지역 혁신성장의 허브로 육성한다는 목표 아래 △지역의 대학 지원 권한 대폭 확대 △중앙정부의 대학 규제 제로화 등을 정책 방향으로 제시한 바 있다.
세미나에 참석한 대학 총장 134명은 이른바 '지산학(지자체·산업계·대학) 협력'을 선도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부산의 사례를 살펴보고, 지자체 중심 대학 지원 체계에 대한 우려와 개선 과제를 제시했다.
부산시는 지역 내 22개 대학과 물류·관광·문화 등 지역산업 수요를 바탕으로, 현 정부 출범 이전인 2021년 7월 일찌감치 지산학 협력 전담부서를 신설했다. 올해 4월까지 대학과 지자체가 만나는 '오픈캠퍼스 미팅'을 총 11회 개최하는 등 소통에도 힘썼다.
이성권 경제부시장은 "지역 기업과 대학이 직접 교류하는 '지산학 브랜치'를 지난해 50개에서 내년 100개로 늘리고, 기업-대학의 코웍프로그램을 통해 산업 맞춤형 인재 양성 규모를 내년 300명까지 늘릴 계획"이라며 "장기적으로 지역 대학을 졸업한 인재가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부산을 아시아 10대 행복도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총장들은 지자체별로 지산학 협력 정책 준비도 차이가 크고 대학 경쟁력의 지자체 의존도가 심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정성택 전남대 총장은 "라이즈 체계는 대학의 연구·사회공헌·인재양성 기능 가운데 지역산업 맞춤형 인재 양성에만 치우쳐 대학의 다른 기능이 약화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대학 역량이 수도권-비수도권이 아닌 수도권-부산권-기타권으로 나눠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또 다른 대학 서열화를 우려했다.
정 총장은 또 "지자체의 대학 지원 전문성에 편차가 크고 선거에 따라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기도 어렵다"며 "지역혁신 수단으로 교육을 동원하는 대신, 지역교육 혁신을 목표로 하는 대학 주도형 지역 혁신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지자체에 무작정 권한을 이양할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적 해법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차정인 부산대 총장은 "업계에서는 '혁신 기업의 남방한계선은 판교'라는 말이 나온다"며 "지방대 육성의 핵심인 지역 일자리 문제는 지자체와 대학의 역량으로는 해결할 수 없으며 정부와 국회가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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