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8일 "말도 안 되는 정치 보조금은 없애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야욕이 아니라 진정 국가와 국민을 생각한다면 긴축·건전 재정이 지금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내년도 예산 편성에 앞서 '건전재정' 원칙을 바로 세우려면 국가 예산의 체계적인 관리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난 1년간 재정 운용 성과를 평가하고 내년도 예산 편성 방향을 국무위원, 국민의힘 지도부, 부처 관계자 등과 함께 논의하기 위해서다.
윤 대통령은 4시간 40여분의 회의와 토론을 마친 후 "인기 없는 긴축 재정, 건전 재정을 좋아할 정치권력은 어디에도 없다"면서 "국가와 국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정치 권력이라면 선거에서 지더라도 나라를 위해 재정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속가능한 재정운용을 위해 국가 예산은 '써야 할 곳에 제대로' 쓰겠다는 게 윤석열 정부의 기조다. 윤 대통령은 "예산을 얼마나 많이 합리화하고 줄였는지에 따라 각 부처의 혁신 마인드가 평가될 것"이라며 "불필요한 데에 돈 쓰지 말고, 보조금은 제로베이스에서 투입 대비 효과 분석을 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참석한 국무위원들에도 "소관 부처 예산을 확보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국무위원으로서 철저하게 국가 장래와 국민 시각에서 토론하라"고 주문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정치보조금, 부패·비리에 연루된 보조금은 전면 삭감하고 경제보조금은 잘 살리고, 사회보조금은 효율화·합리화해서 보조금이 효과가 발휘될 수 있도록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정치 보조금'이란 비영리 민간단체나 노동조합 등이 국가 보조금을 정치적 목적으로 오남용한 사례를 가리킨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돈을 썼는데 아무런 효과도 나타나지 않는, 왜 썼는지 모르는 예산과 노조·비영리단체 등에 지원되는 정치적 성격의 보조금은 완전히 제로베이스에서 재점검하라"고 말했다. 다만 "군 장병 처우 개선, 취약 계층 사회서비스 확대,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첨단과학기술 R&D(연구·개발) 등에는 더 과감하고 효과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표를 의식하는 매표 복지 예산을 철저히 배격해야 된다"고 못박았다. 특히 "일각에선 여전히 재정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빚을 내서라도 현금성 재정지출을 늘려야 된다고 주장한다"면서 "이것은 전형적인 미래세대 약탈이고 단호히 배격해야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선심성 복지' 지출을 대폭 줄이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건전재정 원칙을 재차 천명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확장재정 노선도 거듭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정부에서만 나랏빚 400조 원이 증가해 국가 채무가 1,000조 원을 넘어섰다"고 지적하면서 "지난 1년은 전 정부의 이런 무분별한 방만재정을 건전기조로 확실하게 전환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을 진정으로 아끼는 정부는 정치적 이해득실보다 국가와 미래세대를 위해 재정을 건전하게 운영하는지 여부로 판가름할 수 있다"면서 재정적자 폭을 줄이려는 정부의 노력을 부각했다. 또 "무분별한 현금 살포와 정치 포퓰리즘을 배격해서 절감한 재원으로 진정한 약자 복지 실현을 위해 노력했다"며 "국제신용평가사들도 우리 정부의 재정 건전화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처음으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확장재정 기조에서 건전재정으로의 전환을 알렸다. 이날 두 번째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은 내년도 예산안 및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적극 반영하고,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9월 초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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