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가치 내세워 "우리는 친구"
"미국 보란 듯 베트남에 노골적 압박"
중국이 ‘사회주의’ 가치를 앞세우며 베트남과의 관계 강화에 힘쓰고 있다. 미국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이 베트남에 머무는 와중에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을 비판하는가 하면, 중국과의 군사협력 강화를 요구하는 등 공개적 도발에도 나섰다.
28일 중국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세계경제포럼(WEF) 참석차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팜민찐 베트남 총리를 만나 “양국이 함께 디커플링(공급망 또는 산업망에서 특정 국가 배제)을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세계 공급망 시장에서 중국을 배제시키기 위해 디커플링 흐름을 주도하는 미국을 겨냥한 발언이다. 미중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유연하게 국가 이익을 극대화하는 이른바 ‘대나무 외교’를 통해 줄타기를 하고 있는 베트남에 ‘미국 손을 잡지 말고 중국 편에 서라’고 촉구한 것이라는 얘기다.
시 주석은 또, 중국과 베트남이 같은 사회주의 국가라는 점을 강조한 뒤 “신뢰하는 동지이자 호혜와 공영의 동반자이며, 서로를 잘 아는 친한 친구”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에 찐 총리는 “베트남은 경제 문제의 정치화에 반대하며, 중국과 긴밀히 협력해 모든 종류의 위험과 도전을 경계하고 싸울 용의가 있다”고 화답했다.
같은 날 리상푸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도 판반장 베트남 국방부 장관과 만나 “중국은 베트남과 군 고위급 소통을 강화하고 실무 협력을 강화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또 “양국은 사회주의의 새로운 여정에서 긴밀히 단결해 양국의 공통된 전략적 이익을 수호하고 지역 평화와 안정에 긍정적인 기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중국 측의 ‘구애’는 미국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가 베트남에 기항한 사이 이뤄졌다. 레이건호는 서태평양을 방어하는 미 해군 7함대의 핵심 전력이다. 10만 톤급으로, 전투기·조기경보기·헬기 등 90여 대를 실을 수 있다. 5,000여 명의 미 해군은 25~30일 베트남 다낭에 머무르며 △베트남전 전사자 유해 송환 △문화 교류 등에 나선다.
미국과 베트남은 “포괄적 동반자 관계 1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 일환”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베트남과의 협력을 강화하려는 조치라는 해석도 적지 않다. 중국의 노골적인 ‘편 들기’ 요구는 결국 미국과 베트남 간 안보 밀착을 우려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 측이 양국 정상과 안보 수장의 발언을 상세히 공개한 데에는 미국과 베트남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담겼을 수도 있다. 호주 싱크탱크 시드니 로위연구소는 “중국은 베트남과 미국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지속적으로 ‘쐐기’를 박고 있다”며 “’중국 변수’가 앞으로 미·베트남 간 안보 협력 범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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