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용 선대회장 '나머지 재산' 유언 두고 다툼
이호진 "차명 채권 단독 상속... 누나에게 위탁"
누나 이재훈 "유언 무효... 채권 위탁 안 받았다"
1심 "유언 무효지만 위탁 맞아... 이호진 소유"
법원이 태광그룹 일가 남매간의 '차명유산 400억 원 분쟁'에서 이호진 전 그룹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7부(부장 손승온)는 이 전 회장이 누나인 재훈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400억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사건은 2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태광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임용 선대회장이 '딸들에게는 별도의 상속 없이 아내와 아들에게만 재산을 주되, '나머지 재산'이 있으면 유언집행자인 이기화 사장(이 전 회장의 외삼촌, 2019년 작고) 뜻에 따라 처리하라'는 유언을 남기면서다.
'나머지 재산'의 존재는 2010년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태광그룹 비자금 수사와 국세청 세무조사를 통해 나머지 재산으로 통칭된 각종 차명 채권과 주식이 확인됐다. 이로 인해 태광그룹 자금 관리인은 차명 채권을 재훈씨에게 전달했고, 이 전 회장 측은 2012년부터 내용증명을 보내 채권 증서를 반환하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전 회장은 "내가 채권의 단독 상속자이고 누나에게 이를 잠시 맡겼을 뿐"이라며 "채권가액에 해당하는 400억 원을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전 회장은 재판에서 "경영권 분쟁 방지를 위해 표면적으로 형제들간 상속 재산이 비슷해 보이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었다"며 "외삼촌을 통해 차명 재산을 '나머지 재산' 형태로 나에게 집중시키도록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훈씨는 유언 자체가 무효이며, 채권 증서를 동생에게서 위탁받은 적도 없다며 맞섰다.
1심은 이 전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나머지 재산'에 대한 이 전 회장의 해석은 합당하지 않으며, 유언 자체도 무효라고 판단하면서도, 채권의 소유주는 이 전 회장이라고 못 박은 것이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이 상속개시 후 채권을 실질적으로 관리해 온 것, 재훈씨가 채권증서를 받을 때 향후 반환을 전제로 위탁받았다는 정황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한 "원고가 피고에게 잠시 맡긴 것이 아니라면 이 채권을 아무런 대가 없이 피고에게 종국적으로 처분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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