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이렇게 된 데 제 책임" 무게감 부각
당 문제 개입 대신 강연활동 하며 기회 엿볼 듯
구심점 없는 비명계 결집 기대… 존재감 회복 과제
총리를 지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년 만의 귀국길에서 ‘역할론’을 강조하며 정치활동 재개를 예고했다.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에 비판적인 비이재명(비명)계를 규합할 구심점이 될 수도 있다.
다만 대선 이후 국내 정치무대를 떠난 사이 존재감이 옅어진 점은 부담이다. 여론이 아직은 그에 비해 이 대표를 선호하는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이에 당분간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강연 등을 통해 대국민 접점을 넓히고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면서 기회를 엿볼 전망이다.
"책임 다하겠다" 정부 직격… 역할론 부각한 이낙연
이 전 대표는 24일 인천공항에 마중 나온 지지자들 앞에서 “저의 못다 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 “지금 대한민국은 나라가 국민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나라를 걱정하는 지경이 됐다. 여기저기가 무너지고 있다”며 “모든 국정을 재정립해달라. 대외관계를 바로잡아 달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이 지경이 된 데는 저의 책임도 있다는 것을 잘 안다”며 “대한민국이 바로 서도록 여러분과 함께 노력하겠다. 어느 경우에도 국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겠다”고 덧붙였다.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국내 정치에 다시 등판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이 전 대표는 일단 강연이나 싱크탱크 ‘연대와 공생’에서의 활동을 중심으로 당 외곽 활동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을 강조한 저서 ‘대한민국 생존전략’을 대중에 알리며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이에 귀국 일성에서 당내 사정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혁신위가 이제 막 출범한 만큼, 이 전 대표가 직접 나서면 공연히 분란의 불씨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친이낙연(친낙)계 수도권 의원은 25일 “총선 승리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지 고민할 것”이라며 “지금 당장 총대를 메고 나설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도 이날 6·25 전쟁 73주년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백지장도 맞들어야 할 어려운 시국이어서 모두가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며 손을 내밀었다. 이 대표와 이 전 대표는 귀국 직후인 24일 안부인사 차원의 통화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명계 새 구심점 될까… 옅어진 존재감 복구 과제
이 전 대표가 이처럼 속도를 조절하더라도, 민주당의 현 상황이 ‘심리적 분당'으로 비치는 만큼 그의 귀국으로 비명계는 다시 목소리를 낼 교두보를 확보했다. 이 대표와 경쟁했던 대선 주자라는 정치적 무게감에 더해 호남이라는 지역기반을 갖춘 건 이 전 대표의 최대 강점이다. 남평오 연대와 공생 운영위원장(전 총리실 민정실장)은 “혁신위를 통해 이재명 체제의 정치 문화가 청산되는 과정에서 다시 정치의 중심으로 자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상황이 갖춰지면 책임을 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1년간 자리를 비운 공백이 작지 않다.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를 지낸 배경 등을 발판으로 지난 대선 경선과정에서 이 대표와 다투며 유력주자의 면모를 보였지만, 이제는 스스로 존재감을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민심은 아직 냉담하다. 한국갤럽의 6월 첫째 주 조사에서 이 전 대표의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는 2%에 그쳤다. 이 대표(22%)와 차이가 현격하다. 이 전 대표의 지역기반인 호남에서도 3%(이 대표 38%)에 불과했다.
비수도권 출신 초선 의원은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이나 존재감이 많이 줄었다”며 “상황 변화가 없다면 대권주자로 뜻을 펼치기보다 정치인으로서 책임을 느끼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는 정도”라고 평가했다. 반면 친낙계 의원은 “당에서 주어진 역할을 하고 거기에 대한 평가를 받다 보면 기회를 잡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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