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200㎞ 눈앞에 두고 벨라루스로
용병 반란에 푸틴 정치적 영향력 타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턱 밑까지 진격했던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시민들의 열렬한 배웅을 받으며 24일(현지시간) 러시아를 떠났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이날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에서 검은색 대형 승합차에 탑승한 채 창문 밖으로 손을 흔들었다. 그의 차량 주변으로 모여든 현지 주민들은 프리고진을 향해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일부 시민들은 그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하고 셀카를 찍기도 했다. 바그너 그룹 군인들과 함께 장갑차 위에 나란히 서서 포즈를 취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외신들은 프리고진과 그의 용병들이 마치 개선군처럼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고 전했다.
프리고진은 이날 러시아를 떠나 벨라루스로 돌아갔다. 전날 밤 바그너 그룹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와 약 200㎞ 떨어진 곳까지 진격하면서 무장 반란을 일으킨 지 하루만이다. 양 측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무력 충돌을 피했다.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로 철수하는 대신 푸틴 대통령이 그를 처벌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프리고진의 반란이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하다. 수년간 망명 생활을 해온 반푸틴 인사인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는 자신의 텔레그램에 "프리고진의 반란은 준비 부족에도 불구하고 푸틴의 명성에 가장 큰 타격을 입혔다"고 평가했다. 믹 멀로이 전 미국 국방부 차관보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반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해 용병에 의존해야 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며 "이번 쿠데타 시도는 실패했더라도,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이 끔찍한 실수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그너 그룹이 푸틴의 국가통제를 위협한다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아닌 자국 통제를 위해 군사력을 재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병력 재조정을 위해 이번 무장 반란에 가담하지 않은 바그너 그룹 병사들과 계약 체결을 추진 중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무장 반란) 초기에 마음을 바꾸고 즉시 돌아온 여러 병사들이 있다”면서 “그들 중 일부가 만약 그렇게 하기를 원한다면, 나중에 국방부와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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