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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모디에 '안보·기술 협력' 선물 풀었지만... '러시아 견제' 동참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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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모디에 '안보·기술 협력' 선물 풀었지만... '러시아 견제' 동참은 없었다

입력
2023.06.23 19: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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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도 정상회담... "가장 강력한 파트너십"
미 드론 판매 합의·첨단 기술 협력도 확대키로
'처칠급' 예우 불구... "중·러 직접 비판은 없어"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2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2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과 인도 정상이 "가장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했다"는 말로 양국 관계의 진전을 선언했다. 중국·러시아 견제를 위해 인도의 지원 사격이 절실한 미국은 '역대급' 의전과 함께, '안보·첨단기술 협력'이라는 선물 보따리까지 대거 풀었다. 다만 이 같은 '구애'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중립' 기조가 여전한 탓에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외교적 공동 전선까지는 구축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GE, 인도와 전투기 엔진 공동생산"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2일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 도중 건배를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2일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 도중 건배를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양국 관계가 새로운 수준의 신뢰와 상호 이해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인도 관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십 중 하나"라며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긴밀하고 역동적"이라고 말했다. 모디 총리도 "글로벌 포괄적 전략 파트너십의 새 장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가시적 성과도 굵직하다. 특히 안보 분야 협력 강화가 눈에 띈다. 우선 미 제너럴일렉트릭(GE)은 인도와 전투기 엔진을 공동 생산하고, 관련 기술을 이전하기로 했다. 이어 인도 공장에서 3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첨단 무인기(드론) MQ-9B(시가디언)를 제조해 수출하고, 미 해군도 함정 수리를 인도 조선소에 맡기기로 했다.

미국의 첨단 기술도 인도에 이전하기로 했다. 마이크론은 인도의 반도체 제조·시험 시설에 8억 달러를 투자하고,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도 인도에 반도체 상용화·혁신 센터를 건설하기로 했다. 미국 주도의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등 우주 사업에 인도도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모디 총리가 받은 '선물'은 미국이 아끼는 핵심 기술들이다. 미국 평화연구소의 사메르 랄와니 선임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인도가 20년간 요구해 왔던 안보 기술"이라고 말했다. 수브라마니안 브라운대 선임 연구원도 "GE 협정은 인도가 러시아에 대한 군사 장비 의존을 벗어나기 위한 장기적 노력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예포에 채식 식단도 제공… 반중러 진영 포섭은 '아직'

22일 조 바이든(앞줄 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질 바이든(왼쪽) 영부인이 나렌드라 모디(가운데) 인도 총리 환영 행사를 워싱턴 백악관에서 진행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22일 조 바이든(앞줄 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질 바이든(왼쪽) 영부인이 나렌드라 모디(가운데) 인도 총리 환영 행사를 워싱턴 백악관에서 진행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인도의 환심을 사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노력은 모디 총리의 국빈 방문 기간 내내 이어졌다. 전날 워싱턴에 도착한 모디 총리를 위해 군 의장대 행렬과 21발의 예포를 쐈다. 백악관은 만찬에서 채식주의자인 모디 총리를 위해 최고급 버섯 요리를 별도 제공했고, 행사장은 인도를 상징하는 연꽃으로 수놓아졌다. 2016년에 이어 모디 총리의 두 번째 미 상·하원 합동 연설도 마련됐다. 외신들은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급의 예우를 받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인도의 서방 진영 가세'는 이뤄지지 않았다. 두 정상의 공동성명에도 중국,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없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도 "끔찍하고 비극적인 결과를 애도한다" "영토 보전과 주권 존중이 필요하다" 등 원론적 표현만 담겼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의 성대한 대접과 달콤한 말에도, 양국은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는' 사안에서 뚜렷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WP도 "모디 총리의 방미는 중국을 향한 '조용하지만 큰' 신호"라면서도 "인도와 적대 관계인 중국을 겨냥한 직접 언급은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중국 '2인자', 파키스탄 정상과 회동하며 맞불

인도의 시크교도들이 22일 미국 워싱턴의 백악관 앞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미국 방문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인도의 시크교도들이 22일 미국 워싱턴의 백악관 앞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미국 방문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이 인도의 인권 탄압 현실을 외면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민주당 하원의원 6명은 모디 총리의 상·하원 합동연설을 보이콧하기도 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의원은 "심각한 인권 문제에 직면한 인도인들을 위해서라도 모디 총리에게 연설 기회를 줘선 안 된다"고 일침을 날렸다.

중국은 같은 날, 인도의 '앙숙' 파키스탄과 접촉하며 맞불을 놨다. 유럽 순방 중인 중국의 '2인자' 리창 국무원 총리는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를 만나 "더 긴밀한 신시대의 중국·파키스탄 운명공동체를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이에 앞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도 만나며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리창(오른쪽) 중국 국무원 총리가 22일 프랑스 파리에서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파리=신화 연합뉴스

리창(오른쪽) 중국 국무원 총리가 22일 프랑스 파리에서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파리=신화 연합뉴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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