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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10여 년 전부터 권고했는데… '유령 신생아' 정부 책임론 비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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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10여 년 전부터 권고했는데… '유령 신생아' 정부 책임론 비등

입력
2023.06.23 18:0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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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반복 권고에도 '즉시 출생신고' 미적
감사원이 찾아내자 복지부 뒤늦은 '적극행정'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아동은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돼야 하며, 출생 시부터 이름을 갖고 국적을 취득해야 한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7조

1991년 11월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한국에서 이 규정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감사원이 의료기관에서 태어났지만 출생신고가 안 된 신생아 2,236명을 보건복지부 정기 감사에서 찾아내며 정부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23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1년 발간한 '유엔아동권리협약 제3·4차 국가보고서 및 권고사항 자료집'에 따르면,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당시 협약 당사국인 한국에 즉시 출생신고를 권고했다. 우리 정부가 2008년 제출한 제3‧4차 국가보고서 가운데 출생신고에 대해 위원회는 "대한민국 법률 및 관습이 생물학적 부모가 보편적으로 출생신고를 하도록 규정하는 데 있어 불충분하다는 것을 우려한다"며 "부모의 법적 지위, 출신에 관계없이 모든 아동의 출생이 신고되도록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2019년에도 같은 권고를 했고, 법무부 산하 '포용적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 역시 이듬해 5월 의료기관을 통한 '출생통보제' 신속 도입을 촉구했지만 정부가 관련 내용을 반영해 가족관계등록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지난해 3월이다. 정부안은 여야에서 발의한 개정안들과 함께 아직까지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한 아동보호기관 관계자는 "유엔 권고에도 복지부는 의료기관 밖에서의 출산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 실태조사 방안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 실태조사 방안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은 출생 후 12시간 이내에 임시 신생아번호로 이뤄지는 국가필수예방접종(B형간염) 자료와 출생신고를 비교해 2015년 이후 태어난 2,236명을 확인했다. 전수조사가 시작되면 더 많은 '유령 신생아'의 존재가 드러날 수도 있다.

복지부는 "목적 외 개인정보 사용이 금지돼 매칭이 어려웠다"고 해명하다가 비판이 거세지자 전날 사회보장급여법 시행령을 조속히 개정하기로 했다. 이기일 복지부 1차관은 "시행령 개정에 시간이 걸리면 필요시 적극행정을 통해 바로 하겠다"고도 강조했다. '적극행정위원회'를 열어서라도 해결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시행령 개정은 국회가 아닌 국무회의 의결 사안이라 정부가 의지가 있었다면 진작 이행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충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는 문화적으로 민법이 워낙 강해 부모의 책임과 자유라는 측면이 강조됐지만, 문제가 드러난 이상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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