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곤 정치 컨설턴트 육아책
'괜찮은 아빠이고 싶어서' 출간
“나도 내 아이를 제 엄마만큼 사랑할 수 있다. 모성애만 전부라는 증거가 있나. 꼬물거리는 이 아이가 번듯한 사람으로 자라는 데 내가 큰 몫을 하고 싶다.”
나이 마흔둘, 늦은 나이에 딸을 얻었다. 신생아실에서 나온 아이를 안고 다짐한다. 육아에서 비켜서 있지 않겠노라, 이 아이가 아빠와 보낸 시간을 그리워하게 하고, 아빠로부터 받은 것들을 자랑스럽게 만들겠노라. 보수와 진보를 넘나들며 조언하는 전략 컨설턴트, 언론이 즐겨 찾는 정치 평론가, 윤태곤(48)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이 육아의 기쁨과 슬픔, 고통과 즐거움을 다룬 책 ‘괜찮은 아빠이고 싶어서’(헤이북스 발행)를 펴냈다.
그는 한국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제 여덟 살 먹은 딸을 둔 아빠가 아이를 키운다는 것에 관해 알게 된 것과, 무엇을 모르는지 확인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며 “아, 이 사람은 아이를 키우며 이런 고민들을 차례로 만났구나 정도로 받아들여주면 좋겠다”고 웃었다.
책에는 ‘너는 아빠만 따라오면 멋진 인생을 살게 될 거야’라고 생각했던 그가 ‘내가 앞장서 길을 만드는 게 아니라 우리 세 가족이 함께 걷는 길을 만들어야겠다’고 깨닫는 과정이 담겼다. ‘나는 (딸)이진이가 갓난아기 시절부터 모유 먹이는 거 빼곤 다 할 줄 아는 아빠였다’고 자신하다가, 첫 독박 육아 한나절 만에 ‘이진이의 웃음을 독점하는 기쁨도 컸지만 힘듦이 더 크더라’고 의기소침해한다.
그럼에도 육아의 희열은 무엇과 바꿀 수 없다고 말한다. “얼마 전 늦잠을 자고 일어난 주말 오전에 내가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책을 보는데, 그 모습을 힐끗 본 이진이가 책 한 권을 들고 와 내 품을 파고들어 같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이쁘고 행복하던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는 “대다수 아빠도 자기 아이랑 시간을 더 많이 보내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걸 잘 안다”면서 “그래도 가능한 한 빨리 깊이 아빠가 육아에 참여하는 게 좋다”고 했다. 하루라도 빨리 육아를 시작해야 스트레스를 덜 받을 뿐 아니라, 아이와 애착 관계를 제대로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육아를 하겠다는 다짐을 쉽게 한 건 아니다. 물론 프리랜서인 그는 직장에 얽매여 있지 않아 시간을 조절하기 쉬웠다. 하지만 일하는 시간을 줄이면 수입도 줄어든다는 게 함정. 업무상 혹은 사회생활 명목의 식사와 술자리를 과감히 줄여가며 ‘워라밸’을 조절했다. 그는 “세상에 비싸고 좋은 건 많은데, 비싸고 나쁜 것도 꽤 있다. 그 비싸고 나쁜 걸 사기 위해 아이와 함께할 시간을 싸게 파는 건 정말 큰 문제”라고 했다.
정치 컨설턴트인 그는 ‘아빠 사랑에도 정치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통령이 지지율을 높게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까먹기 위해서다. 자산이 있어야 불의의 사고가 닥치면 그 자산을 까먹으며 버틴다. 아이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나에 대한 아이의 사랑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공부나 질책 같은 인기 없는 정책을 무리 없이 시행할 수 있다.”
육아를 낯설어하는 남성들에게 아이와 함께하는 기쁨을, 저출생 시대 해법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현실적 아빠 육아의 세계를, 남편의 육아 참여를 모색하는 여성에게 남성의 속내와 전략을 던져 주는 책이다. 아이 엄마들을 향해서는 “육아를 할 때 아내가 주던 칭찬과 신뢰가 큰 힘이 됐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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