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0만 건, 전년보다 13% 증가
소매점 "진열대 제품 줄이고 보안 신경"
5월 CPI 연 8.7%, 식품 가격 오름세 커
고물가에 신음하는 영국에서 먹거리 등을 훔치는 '생계형' 절도가 10년 만에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 9%에 육박하는 물가 상승률이 서민 경제를 압박하는 탓에 범죄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2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내 소매상점에서 식품류 절도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절도 대상이 되는 건 고기, 치즈, 과자 등 주로 가격이 50파운드(약 8만 원) 이하인 제품이 대부분이다. 이날 영국 편의점협회(ACS)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 전역의 편의점 등 소규모 상점에서 발생한 절도 건수는 110만 건으로 1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전년(97만 건)보다 13.4% 늘어난 결과다.
절도가 늘자 일부 상점들은 매장에 진열하는 물건 수를 제한하거나 육류, 치즈, 버터 등 식재료에 보안용 가격표를 추가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제임스 로우먼 ACS 대표는 "매일같이 발생하는 절도는 전례를 찾기 힘든 수준"이라며 "이미 지역 사회에 알려진 범인들이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은 채 절도를 계속하고 있다"고 FT에 전했다.
영국의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연 8.7%로 시장 예상치(연 8.4%)를 웃돌았다. 지난 3월(10.1%)과 비교해 꺾였다지만 미국(4.0%), 프랑스(5.1%), 독일(6.1%) 등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의 상승률이다. 특히 식품 및 음료(비주류) 가격 상승률은 연 18.4%에 달했다. 소비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는 먹거리 가격 오름세가 유독 컸다는 뜻이다.
이러한 가운데 22일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다. 현재 영국 기준금리는 연 5%다. 제러미 헌트 재무부 장관도 "높은 인플레이션이 가족과 기업에 얼마나 많은 피해를 주는지 알고 있다"며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대응을 지지하는 동시에 생계비 선별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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