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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논술 평가 3문제 중 1문제 교육과정 밖"..."사교육 외엔 대비 방법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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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논술 평가 3문제 중 1문제 교육과정 밖"..."사교육 외엔 대비 방법 없어"

입력
2023.06.23 04:30
수정
2023.06.24 10:5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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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대학 수시 정원 11%가 논술
공교육 현장에선 대비 어려워 사교육 유발
대학에선 "차라리 국가고사화하자" 제안

지난해 11월 2023학년도 수시 자연계 논술시험이 열리는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2023학년도 수시 자연계 논술시험이 열리는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9,473명.' 2024학년도 수도권 대학의 대입 논술위주 전형(수시모집)의 선발 인원이다. 전체 수시 모집 인원의 11.1%가량을 차지해 수험생 입장에선 무시할 수 없는 전형이다. 그러나 대학 논술 시험에도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내용이 출제돼 결국 사교육에 의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글 쓰는 능력은 미래형 인재의 핵심 역량으로 꼽히는 만큼, 사교육이 아니라 공교육을 통해 논술 실력을 기르도록 입시 구조 전반을 되짚어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작년 서울 15개 대학 문제 중 35%가 교육과정 벗어나"

22일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따르면, 지난해 입시에서 출제된 서울 소재 15개 대학의 논·구술 문제 185개 중 66개(35.7%)가 고교 교육과정의 범위를 벗어났다. 이들 대학의 2023학년도 대학별 논·구술전형 자연계열 수학 문제를 분석한 결과다.

이 중 26개의 문제는 대학과정의 내용이 포함됐다. 가령, '구간의 길이', '공집합의 길이' 같은 교육과정 밖의 개념이나, 'min(a,b)'처럼 새로운 기호를 제시문에 넣고 대학에서 배우는 '적분과 측도이론'을 활용해야 풀 수 있는 문제가 나오는 식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2023학년도 연세대 자연계열 논술문제가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나 대학에서 배우는 개념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2023학년도 연세대 자연계열 논술문제가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나 대학에서 배우는 개념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논술·구술 등 대학별 고사는 선행교육을 금지하는 공교육정상화법에 따라, 고교 수준을 벗어나는 내용의 출제가 금지돼 있다. 교육부는 1회 적발 시 시정 명령, 2회 이상 적발 시 입학정원 감축 등의 페널티를 주지만, 2021학년도 4곳, 2022학년도 4곳 등 적발 대학은 계속 나오고 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고교 교육에서 논술시험을 제대로 대비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험생들은 11월 수능이 끝나면 짧으면 1~2주, 길면 한 달 정도의 '논술 단기반'을 찾는 상황"이라고 했다.

공교육에선 왜 해결 못 할까..."물리적 한계", "불안감 탓"

일선 고교에서 논술 과목을 정규 수업이나 방과후 수업으로 운영하긴 쉽지 않다. 모집 인원이 적어 준비하는 학생이 많지 않은 데다, 대학이 개별적으로 문제를 출제하기 때문에 희망 대학에 따른 '맞춤형 지도'는 더욱 어렵다. 박준열 건대부고 교사는 "방과후 특강을 개설하기도 하지만 방과후 활동이 생활기록부에 기재되지 않으니 신청자가 적고, 그에 비해 교사들이 준비해야 할 건 많아 운영이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학생들은 논술 준비를 사교육에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율형사립고인 배재고에서 10년 넘게 논술을 지도해 온 노희창 교사는 "일반고는 학생부 교과전형(내신 중심)이 중심이고 자사고는 학생부 종합전형이 중심이다. 그래서 일반고는 논술 수요가 적지만 자사고는 수요가 많아서 수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유대영 착한입시상담 대표는 "수리 논술의 경우, 수능에서 학생들이 많이 고르지 않는 선택과목인 '기하'를 반영하는 대학도 생겼다"며 "수능에서는 고르는 선택과목이 1개이고 주로 '확률과통계', '미적분'이다 보니, 수능이 끝나고 수리 논술을 준비하려면 불안해서 학원에 등록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대학 "논술 필요, 차라리 국가 차원 시험으로 하자"

대학들은 '논술 위주 전형'의 효용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풀이 실력'을 보는 수능과 달리, 학생이 대학에서 발휘해야 할 역량을 측정할 수 있는 시험이기 때문이다. 서울 A대 입학처장은 "학생들의 정교한 논리력, 창의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논술 시험은 필요하다"면서 "사교육 유발 등이 논란이 된다면 논술 시험을 국가 고사 형태로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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