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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말이 들리지 않는 이유

입력
2023.06.22 19: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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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88년생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와 93년생 곽민해 뉴웨이즈 매니저가 2030의 시선으로 한국정치, 한국사회를 이야기합니다.

유권자들의 관심과는 동떨어진, 정쟁을 불러 일으키는 내용의 정치 현수막. 고영권 기자

유권자들의 관심과는 동떨어진, 정쟁을 불러 일으키는 내용의 정치 현수막. 고영권 기자

'요즘 따라 길거리에 정치인 현수막이 많다'고 느꼈다면 이유가 있다. 작년 12월에 시행된 옥외광고물관리법 개정안에 따라 정당 현수막은 지정 거치대가 아닌 장소에서도 허가나 신고 없이 설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수막 관련 민원이 개정안 시행 전 3개월에 비해 개정 후 3개월 동안 2배 이상 많아졌다고 한다.

현수막 개정안이 시행된 건 통상적인 정당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현수막은 정책이나 현안에 대한 입장을 홍보하거나 당원 모집을 위해서 사용할 수 있는 저렴하고 효과적인 수단이다. 지자체장의 정치 성향에 따라 특정 정당의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허가나 신고 없이 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개정안의 취지였다. 하지만 이런 목적에 맞는 현수막은 도대체 보이지 않는다. 상대 정당의 의혹이나 비리를 꼬집는 내용이 다수고, 그마저 책임 있는 해명이나 대안을 요구하는 대신 조롱에 가까운 문구가 많아서 공해라는 생각마저 든다.

필자가 일하는 뉴웨이즈는 지난 9일 지역 정보만 입력하면 그곳의 '동네 정치인'이 누구인지를 알려주는 '뉴웨이즈 피드'라는 서비스를 론칭했다. 현실의 유권자는 시장이나 도지사 정도를 빼고는 지역구 정치인을 정확히 모른다. 정치에 관심이 많다고 응답한 사람도 지자체장을 가장 많이 알고 국회의원은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현수막을 보고도 다음에 누구를 찾아가야 하는지 막막하다. 일단 누가 우리 동네 정치를 책임지고 있는지, 어떤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 알려 주는 게 효능감의 출발이라고 생각한 이유다.

이 서비스 기획 과정에서 유권자에게 '들리게' 말하는 정치는 어때야 할지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조사해 봤다. 약 870명이 답한 설문 조사에서 유권자는 어떤 정치인을 좋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사람들은 '무엇이 필요한지 꾸준히 의견을 물어본 정치인',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을 펼치는 정치인', '자신의 활동 과정을 꾸준히 기록하고 공유하는 정치인'이라고 했다. 정치인에게 듣고 싶은 소식으론 나에게 맞는 지원 정책이나 사업, 동네 현안에 대한 정확한 쟁점 해설, 문제를 해결한 사례 순으로 많았다.

정치인들이 평소 소셜 채널에 올리는 게시물 유형을 모아서 어떤 글에 가장 반응이 좋은지 봤더니 그 내용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첫째, 내 관심사에 맞는 문제를 해결할 때다. 평소 지지 성향이 다른 반대 정당 인물이라도 관심 주제를 다루고 있다면 호감이 생긴다. 둘째, 작더라도 구체적인 변화를 냈다는 결과를 확인할 때다. 정당 간의 다툼에 한마디를 보태는 게시물보다 동네에서 민원을 듣고 시설을 개보수했다는 정확한 실행 값에 대한 신뢰도가 더 높았다. 일을 하는 정치인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이유다.

이 관점에서 거리에 있는 현수막을 살펴보면 현수막의 청자는 유권자가 아닌 상대 정당이라는 사실만 분명해진다. 우리 지역에서 중요한 현안이 무엇이며 왜 갈등을 낳고 있는지 쟁점에 대한 정보도 없고, 정확한 정보를 얻고 싶을 때 어디로 가야 할지나 정당을 통해 어떤 도움이나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알려 주는 안내도 없다. 상대 당에 대한 비판이 우리 정당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진 않을 텐데 무엇을 더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자랑도 없다.

정치에 더 수용성 높은 언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유다. 어휘 구사력을 높이자는 말이 아니다. 정당이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유권자가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 보는 태도를 가진 인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정치인들은 유권자가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누구를 설득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뭉툭하게 비판하는 대신 정확한 해결의 언어를 쓰는 정치가 힘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고 싶다.


곽민해 뉴웨이즈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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