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 18개국 도시 53곳 청년들 설문조사
중, 호감도 80%로 2위... 미는 72%로 7위
"중동서 중재 외교 등 중국 영향력 확대 탓"
'아랍의 친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과 관련해 아랍권 청년들은 미국보다 중국을 더 많이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아랍에미리트(UAE)의 커뮤니케이션 기업인 ASDA'A BCW가 최근 발간한 '아랍 청년 설문 2023'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ASDA'A BCW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UAE, 이라크, 이집트, 모로코 등 아랍권 18개국 도시 53곳에 거주하는 18~25세 청년 3,600명을 대상으로 주변국에 대한 정치적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당신이 속한 국가의 우방은 어떤 나라인가"라는 문항(복수 응답 가능)에서 튀르키예를 택한 답변이 82%로 가장 많았다. 중국(80%)과 영국(79%)이 근소한 차이로 2, 3위에 각각 올랐다. 반면 미국은 72%로 7위에 머물렀다.
이 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CNN은 "아랍 지역에서 입지를 넓혀 온 중국에 대한 우호적 감정이 수년에 걸쳐 점차 증가했다는 걸 보여 준다"고 풀이했다. 특히 미국의 '퇴조'가 눈에 띈다. 2015년 조사에서 미국은 2위에 오른 적이 있지만, 2018년에는 4위 러시아를 제외하곤 다른 아랍 국가들이 '동맹국 상위 5위' 중 네 자리를 차지하며 순위권에서 밀려났다. 당시 중국도 '톱 5'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미국이 아랍에서 '우방'이라는 인식을 잃어 가는 사이 중국이 치고 올라간 셈이다.
실제 아랍권 핵심 지역인 중동에서 중국의 외교적 영향력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지난 3월 이란과 사우디 간 평화 협정을 중재한 데 이어, 4월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서도 중재자로 나섰다. 또 2001년 41억 달러에 불과했던 사우디-중국 무역 규모가 2021년 873억 달러로 급증하는 등 중국은 중동 석유 수출국들의 최대 무역 파트너로 성장했다.
반대로 미국은 2021년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을 철수시키는 등 중동에 대한 외교·군사적 개입을 줄여 왔다. 애나 제이컵스 국제위기그룹(ICG) 선임분석가는 "미국이 전략적으로 중동에서 발을 빼고 있다는 인식이 중동의 각국 정부는 물론, 일반 시민들에게도 퍼지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당신 국가의 적(敵)은 어느 나라입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률 1위는 이스라엘(86%)이 차지했다. 2위는 이란(57%), 3위는 러시아(32%)였다. CNN은 "러시아는 '우방으로 여기는 국가' 순위에서도 지난해 3위에서 올해 9위로 추락했다"며 "1년간 중동에서 가장 평판이 나빠진 나라"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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