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스캔들 아닌 비리"…황보승희 탈당 존중한다는 국민의힘의 '꼬리 자르기'

입력
2023.06.22 04:30
10면
0 0

당무감사 시작 전 탈당한 황보승희 의원
"개인 문제" 꼬리 자르기 급급한 국민의힘
문제 본질은 불법 정치자금·공천 헌금 사건
황보 의원과 '사실혼' 부동산 개발업체 회장
"다 아는 스캔들이라 신경 안 쓴다"며 자신
1년 넘게 수사 중인 경찰...수사 결과 주목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과 사생활 논란에 휩싸인 황보승희(부산 중·영도) 의원이 19일 국민의힘 탈당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황보 의원은 이날 입장문에서 "최근 제 가정사와 경찰 수사 건으로 크나큰 심려를 끼쳐드려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사진은 황보 의원이 지난 4월 11일 전원위원회에서 질의하는 모습. 연합뉴스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과 사생활 논란에 휩싸인 황보승희(부산 중·영도) 의원이 19일 국민의힘 탈당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황보 의원은 이날 입장문에서 "최근 제 가정사와 경찰 수사 건으로 크나큰 심려를 끼쳐드려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사진은 황보 의원이 지난 4월 11일 전원위원회에서 질의하는 모습. 연합뉴스


‘꼬리 자르기 탈당’
‘방탄용 탈당 쇼’ ‘면죄부 치트키’...

코인 투자 사건으로 김남국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자 국민의힘이 보인 반응이다. 탈당으로 당 진상조사단 활동이 3일 만에 종료되자 무책임하다며 날을 세웠다. 그러나 탈당을 대하는 국민의힘의 태도는 한 달 만에 바뀌었다. 황보승희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한국일보 첫 보도 이후 17일 만에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당무감사는 예고만 됐을 뿐 한 번도 조사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존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냈다. “이제는 당 소속이 아니라 당무감사는 종결된다”는 말도 빼먹지 않았다. 한 달 전 민주당을 비판할 때 문제 삼던 그 말이었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이번 논란을 ‘스캔들’ ‘가족사’ 등으로 규정하며 황보 의원의 사생활 문제로 규정하려고 했다. 그러나 본질은 불법 정치자금과 공천헌금 의혹이다. 경찰은 기초의원 공천을 대가로 ‘돈 봉투’가 오갔는지 살펴보고 있다. 황보 의원과 사실혼 관계라고 주장하는 부동산 개발업체 회장 A씨가 국민의힘 의원들과 부적절한 만남을 가진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사안의 경중을 따진다면, 황보 의원 사건이 김남국 의원 사건보다 더 심각한 측면도 있다. 국민의힘이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황보 의원과 A씨는 취재가 시작되자 '배후'를 물었다. 누가 시켰냐고, 왜 지금이냐고 했다. 취재 경위를 밝히면 이렇다. 1년 전 부산에서 만난 취재원(정치인은 아니다)은 A씨 얘기를 했다. A씨가 부산과 여의도를 오가며 의원들의 스폰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A씨는 황보 의원과 내연관계로, 회사 직원 명의 카드와 아파트 등을 황보 의원에게 지급한 의혹이 있다고 했다. 취재를 이어오다 A씨가 박성민 의원과 친분이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박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국민의힘에서 사무부총장(전략기획부총장)을 맡고 있어 내년 총선의 공천 밑그림을 그리는 조강특위에 당연직으로 참석한다. 정치 욕심을 감추지 않았던 A씨가 공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에게 접근했을 수 있겠다는 의심이 들었다.

박성민 의원의 생일을 맞아 친분 있는 의원들과 저녁 자리가 있던 날, A씨도 참석할지 궁금해 식당에서 '뻗치기'를 했다. 그는 그날 등장하지 않았다. A씨에게 직접 전화했다. 이달 8일과 9일 2시간 42분 동안 진행된 통화에서 그가 꺼낸 말들은 충격적이었다.

그는 “(과거 황보 의원 관련한) 논란이 일자 당에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우철문 부산경찰청장에게 ‘이게 어찌 된 일이고’ 하문했다”(우 청장은 본보에 “연락받은 적 없다”고 답했다) “경찰이 용산(대통령실)에도 '두 사람이 사실혼 관계라고 인정하면 되는데, 인정하지 않고 있어 문제'라고 보고해 용산도 지금 화가 나 있다” “김기현 대표가 원내대표 시절, 황보 의원에게 전남편 조성화를 고소하라고 했다”(김기현 대표 측은 A씨의 얼굴도 모른다고 했다) “부산 방송사 사장하고 형님 동생하는 사이고, 또 다른 방송사도 마찬가지고 OO일보 OO신문 이런 데도 다 친해요. 같이 늘 술도 마시고 놀고 이러거든요”라고 말했다.

A씨의 말이 허언일 수도 있지만 구체적이고 반복됐다. “원내에선 우리 둘이 늘 같이 다니는 사람이라는 거 다 안다” “황보 의원이 많이 도와준다”는 말을 자랑스럽게 했다. '누구와 친하냐'고 묻자, 의원들 실명이 술술 나왔다. 당 실세로 꼽히는 인물과의 술자리에 어떻게 참석하게 됐는지 아주 상세히 묘사하기도 했다. 그의 말에 비친 여의도 정치판의 모습은 아름답지 못했다.

분명한 사실은 국민의힘은 2년 전에도 황보 의원 관련 의혹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조성화씨가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고, 작년 8월 당 윤리위원회에서도 이 사안을 다뤘지만 본보 보도 전까지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 A씨는 박성민 의원 인맥을 이용해 당 지도부 인사들과 만나기도 했다.

A씨는 이렇게 호언장담했다. “부산에는 지금 분위기가, (본보) 기사가 그리 나고 해도 신경도 안 써요. 사람들이 ‘똑같은 얘기네’ 하고 신경도 안 써요.” 황보 의원과 A씨에게는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까. 그의 말대로 신경을 안 써도 되는 사건일까. 경찰 수사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다.

조소진 사회부 기자

조소진 사회부 기자


조소진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