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상대 법적 대응 나선 KBS, 내부는 어수선
보수성향 노조, 김의철 사장 퇴진 거듭 강조
"정권마다 불거진 정파성 문제, 해결 노력 필요" 지적 많아
KBS가 21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TV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에 제동을 걸기 위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김의철 KBS 사장이 전날 내부에서 제기되는 사퇴 요구에 대해 자리를 유지하면서 혼란을 수습하겠다고 했지만 KBS 내부 갈등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정권 교체기마다 진통을 겪어온 KBS이지만 이번 수신료 분리징수 이슈가 균열의 도화선이 되는 모양새다.
KBS는 이날 헌법재판소에 방송법 시행령 개정절차 진행 정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방통위가 지난 16일 입법예고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입법 예고기간을 10일로 단축했다. 입법예고 기간은 통상 40일 이상이지만 이를 긴급한 사안으로 보고 대폭 줄인 것. 이에 대해 김덕재 부사장은 "수신료 분리징수를 강제하는 것은 공영방송의 중요한 재원의 토대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것"이라며 "공영방송 제도 자체에 대한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KBS는 조만간 입법예고 기간 단축에 대한 헌법소원도 제기할 예정이다.
KBS가 법적 대응에 나선 가운데 내부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당장 이날에도 '새로운 KBS를 위한 KBS 직원과 현업방송인 공동투쟁 위원회'(새KBS공투위)는 김 사장과 경영진에 책임을 묻고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새KBS공투위는 KBS 노조 3곳 중 보수성향의 KBS노동조합과 대한민국 언론인 총연합회 소속 KBS 직원이 결성한 단체다. 이들은 'KBS 1101인 연대 성명서'를 발표하며 "KBS는 운동권과 민노총, 민주당만을 위한 방송을 해 왔다"며 국민에게 삼배 사죄하기도 했다. KBS 총 직원수는 계열사를 포함해 4,500여 명이다.
반면 조합원이 가장 많은 민주노총 전국언론노조KBS본부는 수신료 분리징수 문제를 언론 탄압으로 보고 공영방송 재원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이끌어 내겠다는 입장이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날 국회에서 정의당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설마 했던 수신료 분리징수를 정권이 속도전식으로 밀어붙이자 KBS가 안팎으로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기회에 단순히 수신료 분리징수 문제뿐 아니라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불거지는 KBS의 정파성과 편향성 문제, 사장 선임문제, 지배구조 등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정권에 따라 사장을 내세우고, 보도 논조가 바뀌는 등의 정파성 관련 문제가 계속 불거졌고 국민들도 이를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KBS는 그간 정권과 관계없이 공정한 방송을 위해서 노력을 해 왔는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설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진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교수는 "공영방송도 하나의 사회 제도로 보고 (운영에서) 정치적인 영향을 크게 받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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