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서울백병원·서울대병원 등 5곳 도시계획시설 지정
"부지 매각해도 상가·오피스 등 사용 안돼"
1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 앞에서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가 연 '서울백병원 폐원 저지 공동대책위원회 발족 및 일방적 폐원 안건 상정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경영난으로 폐원을 결정한 서울백병원 부지를 종합의료시설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종합의료시설로 지정되면 부지를 매각해도 상가나 오피스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서울시는 도심 내 의료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서울백병원 부지를 종합의료시설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해당 부지를 관할하는 중구청이 ‘도시계획시설(종합의료시설) 결정안’을 시에 제출하면 주민 의견을 청취하고,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르면 하반기에 지정된다. 도시계획시설은 지자체가 도로, 학교, 병원, 공원 등 도시에 필요한 시설로 지정하는 것을 말한다.
중구 내 유일한 대학병원인 서울백병원은 1941년 백인제 외과병원으로 문을 열었다. 하지만 2004년 이후 누적된 적자만 1,745억 원에 달하는 등 경영난에 시달렸다. 병원을 운영 중인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이날 오후 이사회를 열고 폐원안을 최종 결정했다. 시는 "서울백병원이 도심 내 감염병 전담기관으로 역할을 한 데 대해 높이 평가하며, 앞으로 그런 중요한 역할이 유지될 수 있도록 도시계획적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경영난으로 폐업하는 병원을 막기 위해 도심 내 종합병원을 도시계획시설로 일괄 결정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서울대병원, 적십자병원, 강북삼성병원, 세란병원 등 4곳이 우선 검토대상이다. 강남삼성병원, 서울아산병원 등은 종합의료시설로 지정돼 있다.
종합의료시설로 지정되면 해당 부지는 의료시설로만 쓰인다. 인제학원이 서울백병원 부지를 매각해도 인수자가 의료시설로 사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시 관계자는 "도시계획시설 결정이 6개월~1년 정도 걸린다"며 "그사이 인제학원이 운영을 중단하거나, 부지를 매각해도 향후 해당 부지를 의료시설로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종합의료시설로 지정되면 감염병 관리시설 확충 시 용적률을 기존의 1.2배까지 늘릴 수 있다.
서울시는 도심 내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교육부에 사립대 법인 소유의 종합병원 부지를 다른 유휴재산과 동일하게 임의 매각하거나 용도를 전환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건의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6월 사립대 법인이 보유한 토지나 건물 등 재산을 수익용으로 바꿀 때 허가기준을 완화하는 지침(사립대학 기본재산 관리 안내)을 개정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백병원처럼 시민 생명을 책임지는 사회적 책무가 따르는 의료기관은 지역사회에 대한 소명을 가지고 그 역할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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