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 사실 관련 없는 전자정보 폐기해야"
수사기관이 다른 사건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내사에 착수했다면 별도로 영장을 받았더라도 형사재판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는 2014년 군사기밀 탐지·누설 혐의를 받는 무기 거래업자 김모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노트북을 포함한 전자정보를 압수했다. 이 압수물은 서울중앙지검에 보관돼 있었다.
기무사는 2016년 7월 군 내부 실무자가 김씨에게 군사기밀을 누설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압수물을 다시 꺼내 살펴봤다. 이후 방위사업청에서 근무하던 영관급 장교 A씨가 김씨에게 군 소형헬기 기밀을 누설한 혐의를 포착했다. 기무사는 압수영장을 발부받아 이메일 기록 등을 추가로 확보한 뒤 A씨를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A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A씨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됐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은 새로운 범죄 혐의 수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도 '유관정보'만을 출력하거나 복제한 기존 압수·수색의 결과물을 열람할 수 있을 뿐"이라며 "수사관이 A씨의 혐의 사실과 무관한 정보가 뒤섞여 있는 자료를 탐색하거나 출력한 행위는 위법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집한 전자정보 등 2차적 증거는 유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수사기관은 복제본에 담긴 전자정보를 탐색해 혐의 사실과 관련된 정보를 선별해 출력하거나 다른 저장매체에 저장하는 등으로 압수를 완료하면 혐의 사실과 관련 없는 전자정보는 삭제·폐기해야 한다"며 "수사기관이 새로운 범죄 혐의 수사를 위해 무관한 정보가 남아 있는 복제본을 열람하는 것은 압수되지 않은 전자정보를 영장 없이 수색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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