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차 몬다' 표현 "명예훼손이라고 단정 불가"
"명예훼손 표현이라도 공적 관심사라 처벌 못 해"
법조계 "악의적 방송 가세연 행태 면죄부 우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전·현직 출연자들이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방송 내용은 거짓이지만 공적 관심사에 해당해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이종민 판사는 20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강용석 변호사와 김세의 전 MBC 기자, 김용호 전 스포츠월드 기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강 변호사 등은 2019년 8월 가세연 유튜브 방송에서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주차된 포르쉐 차량 사진을 공개하며 '조씨가 빨간색 스포츠카를 타고 다닌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스포츠카는 조씨 소유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가치중립적 표현... 명예훼손적이어도 '공적 관심사'"
이종민 판사는 조씨가 포르쉐를 운행했다는 방송 내용은 허위가 맞다고 봤다. 그러나 '포르쉐를 탄다'는 표현 자체가 가치중립적이라서 명예훼손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조씨가 지난 3월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아버지는 국산차를 타는데 딸은 공부도 못하고 외제차 타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유포돼 힘들었다"고 증언했으나 이 판사는 "외제차 운행 여부가 피해자의 주관적 명예감정을 넘어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가세연 손을 들어줬다.
가세연의 방송 내용이 단순 비방 목적이 아닌 공적 관심사에 해당한다는 점도 무죄 근거가 됐다. 이 판사는 "명예훼손적 표현이 있더라도, 공적 관심사에 관해선 비판과 의혹 제기가 감수돼야 한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들에게 비방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방송에서 조씨에 대한 내용은 일부에 불과했고, 방송 내용을 뒷받침할 만한 제보가 있었다는 점도 무죄 근거로 들었다.
허위 사실 방송으로 수차례 재판... "엄격하게 따져야" 우려
법조계에선 피고인들이 폭로성 제보를 단순히 공개하는 것을 넘어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확인했는지 좀 더 엄격히 따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양홍석 변호사는 "가세연 방송 행태에 비춰보면 악의적 비방 목적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공적 사안이란 이유만으로 면죄부를 준다면 앞으로도 '사실 확인 절차를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 등은 조 전 장관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과 배우 한예슬씨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도 지난해 4월 검찰에 송치돼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대선 기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소년원에 다녀왔다'는 허위 사실을 방송한 혐의로도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선고 직후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강 변호사는 "조 전 장관 검증이라는 당시 상황과 경위를 재판부가 객관적으로 판단하신 것 같다"며 "저희 주장이 대부분 받아들여져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김용호 전 기자는 "(조 전 장관 일가의) 의혹 대부분이 사실로 밝혀졌는데 딱 하나 외제차 문제로 재판까지 받게 돼 유감스럽다"며 "최근 조씨 유튜브를 보니 외제차를 타는 걸 크게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 같아 사과가 필요할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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