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블링컨 회동서 '자리 배치'에도 눈길
5년 전 폼페이오와 나란히 앉았던 것과 딴판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방중 중인 토니 블링컨(왼쪽 두 번째) 미국 국무장관과 면담하고 있다. 베이징=신화 뉴시스
19일 성사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간 만남에서는 시 주석이 '상석'에 앉은 모습이 연출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방중 이틀째를 맞은 블링컨 장관은 이날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을 만나 최근 미중 관계에 대한 양측 의견을 주고받았다.
회동이 이뤄진 방에는 두 개의 긴 테이블이 배치됐다. 한쪽에는 '손님' 격인 블링컨 장관 일행이, 맞은편에는 친강 외교부장을 비롯해 중국 측 카운터파트들이 각각 앉았다. 시 주석은 두 테이블을 아우르는 상석에 앉아 마치 양측 간 회의를 주재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통상 일국의 최고지도자가 해외에서 온 장관급 인사를 맞을 때는 나란히 앉아 환담을 나누는 게 관례다. 최고지도자가 상석에 앉더라도 상대방과 거리를 가깝게 두어 양측이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모습을 연출한다.
2018년 6월 1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국 국무부 장관과 나란히 앉아 대화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실제로 시 주석은 2018년 6월 중국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을 만났을 때도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눴다. 2016년 4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예방을 받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이번에는 누가 봐도 시 주석이 상석에 앉은 듯한 분위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최근 미중 간 갈등 고조 상황을 감안, 미국을 향한 기싸움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중국은 블링컨 장관의 방중이 공식적으로 결정되기 이전부터 관영 언론 등을 통해 '미국 측에서' 중국과의 대화를 원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이날 자리 배치도 결국 블링컨 장관이 시 주석을 예방하러 온 것이라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외부에 전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반미 의식이 높은 중국인들 시선을 의식한 연출일 가능성도 충분하다. 중국에는 자국을 제재·압박하는 미국에 대한 적대감이 공연히 퍼져 있다. 올해 3연임을 확정한 중국 최고 지도자가 미국의 대통령 승계 서열 4위에 불과한 국무장관과 대등한 위치에서 만날 경우, 시 주석이 미국에 밀리고 있다는 인상을 안팎에 심어 줄 수 있다는 내부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시 주석과 블링컨 장관의 회동은 40분간 진행됐다. 시 주석과 블링컨 장관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으나, 나머지 배석자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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