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메시-사우디 관광부 계약서 입수 보도
"매년 1회 이상 가족여행... 회당 200만 달러"
'인권 탄압' 사우디의 '스포츠 워싱' 논란도
#1. 지난해 5월 현존 최고의 축구선수인 리오넬 메시(35·아르헨티나)는 사우디아라비아 홍해의 요트에서 노을을 바라보는 사진 한 장을 올렸다. ‘#비지트사우디’라는, 사우디 관광청 브랜드를 뜻하는 해시태그도 달았다. 인권탄압으로 악명이 높은 사우디 정부의 관광 홍보 목적이라는 게 너무나 뚜렷했다는 점에서, ‘스포츠 워싱’(스포츠를 활용한 이미지 세탁) 논란에 휩싸였다.
#2. 올해 5월 메시는 소속 구단(파리생제르맹) 훈련에 불참하고 허락도 받지 않은 채 사우디를 찾았다. 가족과 함께 사우디 곳곳을 관광하는 사진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구단의 징계도 불사한 사우디 방문이었다. 메시는 “사우디 정부와의 약속을 한두 차례 미룬 터라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파문이 확산되자 결국 사과 영상을 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평소 경기장 안팎에서 신중한 언행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 메시가 유독 사우디와 관련해 1년간 두 차례나 구설에 휘말린 이유가 드러났다. 사우디 관광부와의 계약에 담긴 의무조항 때문이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메시와 사우디 관광부가 맺은 계약서를 최초 입수했다면서 그 내용을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메시가 사우디 관광홍보 대사 역할을 하고, 그 대가로 사우디 정부가 각종 편의와 거액을 제공하는 게 계약의 골자다.
"3년간 최대 320억 원... 각종 여행 편의도"
NYT에 따르면, 메시는 매년 최소 1회 이상 사우디에 5일 이상의 가족 여행을 가야 한다. 또는 3일 여행을 두 차례 가도 된다. 일종의 ‘의무 휴가’로, 메시는 회당 약 200만 달러(약 25억6,000만 원)를 받는다. 신문은 “메시는 홍해 사진 한 장으로 200만 달러가량을 번 셈”이라고 짚었다.
관광 비용과 5성 호텔 숙박료는 사우디 정부가 전액 부담한다. 가족과 친구를 최대 20명 동반할 수도 있다. NYT는 “메시가 사우디 관광부와의 계약으로 받을 수 있는 돈은 3년간 최대 2,500만 달러(약 320억 원)”라고 전했다. 구체적으로는 △SNS 계정에 사우디 홍보 게시물을 연 10회 올리면 200만 달러 △연례 관광 캠페인 행사에 참여하면 200만 달러 △기타 자선 사업에 참여하면 200만 달러 등을 각각 추가 지급받는 조건이 있다는 것이다.
메시도 '사우디 평판' 훼손 발언 안 돼
물론 메시가 지켜야 할 수칙도 있다. 사우디 평판을 훼손하는 언급을 하면 안 되고, 사우디 정부가 허용한 해시태그를 SNS 게시물에 달아야 한다.
사우디는 최근 들어 부쩍 스포츠 워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유럽 프로축구 최고의 스타였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8·포르투갈, 알나스르), 카림 벤제마(35·프랑스, 알이티하드) 등을 천문학적 연봉을 지급하며 사우디 리그로 불러들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구단 인수, 자동차 경주, 골프 대회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메시가 사우디에서 받는 돈은 그리 큰 금액이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이번 계약에 관여한 전직 축구선수 라이코 가르시아 카브레라는 NYT에 “(호날두와 벤제마의 연봉에 비하면) 메시가 받는 돈은 소액 수준”이라며 “메시가 엄청난 돈을 요구하지 않는 걸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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