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날 6타 줄여 20언더파 통산 2승
일본 신성 나카지마 1타 차 제쳐
2012년 일본 무대 도전 이후 11년 만에 첫 정상..."한·일 무대 병행할 것"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통산 1승의 양지호(34)가 11년 기다림, 그리고 33번의 실패 끝에 기어코 '재팬 드림'을 일궈냈다.
양지호는 18일 일본 지바 이스미 골프클럽(파73·7,625야드)에서 열린 KPGA 코리안투어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0억 원)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5개, 보기 1개로 6언더파 67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20언더파 272타로 아마추어 세계 랭킹 1위 출신 일본의 '신성' 나카지마 게이타(19언더파 273타)를 1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이로써 지난해 5월 말 KB금융 리브챔피언십에서 데뷔 후 감격적인 첫 승을 따낸 데 이어 1년 만에 2승을 수확했다. 이 대회는 KPGA와 일본프로골프투어(JGTO)가 공동 주관했는데, 양지호가 JGTO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건 2012년 첫 도전장을 던진 이래 11년 만이다.
2008년 코리안투어에 데뷔한 양지호는 2012년에 일본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일본 진출 첫해 2부 투어 노빌컵에서 우승하며 기대감을 키웠지만 1부 투어에서는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그리고 11년 만인 이번 대회에서 결국 우승 갈증을 풀었다. 우승 상금 2억 원과 JGTO 2년 시드권도 보너스로 챙겼다.
양지호의 일본 정복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24차례 출전했지만 우승은커녕 13번이나 컷 탈락했다. 이후 군 복무를 마치고 2017년과 2018년 4번씩, 작년에 한번 일본 대회에 다시 도전했으나 역시 우승권과 거리가 멀었다.
2019년부터 코리안투어에 집중한 양지호는 지난해 132전 133기 끝에 KPGA 통산 첫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여운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후 단 한 번도 ‘톱10’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반짝'하고 내리막을 타는 듯했던 양지호는 일본을 약속의 땅으로 만들었다.
1라운드를 공동 1위로 기분 좋게 시작해 꾸준히 상위권을 지켰고, 공동 3위로 챔피언 조에서 지난주 일본 대회 우승자 나카지마 등과 마지막 4라운드를 맞았다. 11번 홀까지 선두에 1타 뒤진 2위를 달린 그는 12번 홀(파5)에서 이글을 잡아 단독 선두로 올라섰고, 16번 홀(파4) 보기로 1타를 잃어 나카지마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둘의 운명은 17번 홀(파5)에서 갈렸다. 양지호가 버디 퍼트에 성공한 반면 나카지마는 파에 그쳤다.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나카지마는 역전을 노리기 위해 과감한 퍼트로 이글을 노렸지만 실패했고, 1타 앞선 양지호는 차분하게 버디 퍼트에 성공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양지호는 우승 후 "한일전 느낌을 받아 꼭 이기고 싶었다"며 "즐겁게 플레이를 하다 보니 운 좋게 우승도 했다. 내년에도 이런 대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어렸을 때부터 정말 뛰고 싶었던 JGTO 무대였지만 실패해서 한국에 돌아왔다. 그래서 이번 우승이 너무 좋다. 내년부터 한국과 일본 투어를 병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양지호의 우승에는 캐디를 맡은 아내 김유정씨 역할도 컸다. 연애 시절인 2018년부터 캐디백을 멨던 아내는 2020년 결혼 후에도 남편의 곁을 지키며 2승을 도왔다. 양지호는 "첫 우승 후 욕심을 내다 보니 화를 불렀다. 주위에서 우승이 우연이라는 얘기도 나와 힘들었는데 그때마다 아내가 힘을 실어줬다"고 고마워했다. 김유정씨는 "결혼 후 안정감이 생겨 원래 좋았던 실력이 나오고, 우승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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