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명 이상'만 대상? 산하 전부 '영향권'
"투명성 강화" vs "탈퇴 유도"... 노정 마찰
내년부터 회계를 공시하는 노동조합에만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이 돌아간다. 1,000명 이상 대규모 노조일 경우 그렇다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양대 노총이 공개를 거부하면 노조 규모와 상관없이 240만여 명이 불이익 영향권이다. 총연맹 위주로 조직된 기존 노동운동 진영 구도를 흔들어 보겠다는 심산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다.
정부는 15일 정부 시스템을 통한 회계 공시를 대형 노조 조합비 세액공제 요건으로 규정한 소득세법 시행령과 노조 회계 감사원 자격 구체화 등이 취지인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을 이날부터 40일간 입법예고했다. 시행은 내년 1월부터다. 올해 결산부터 공시 대상이 되고, 세액공제의 경우 내년에 납부하는 조합비분부터 적용된다.
개정안의 핵심은 회계 공시와 세제 지원의 연계다. 현행 소득세법 시행령상 노조 조합비는 세액공제 대상인 기부금으로 분류되지만 다른 기부금과 달리 결산 결과 공시 등 투명성 이행 의무가 없다. 그래서 형평성에 맞게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는 게 정부 얘기다.
이에 개정령이 시행되는 내년부터 노조는 매년 4월 말까지 노동부가 운영하는 공시 시스템을 통해 회계 결산 결과를 공표해야 한다. 그래야 조합원이 이듬해 2월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를 통해 조합비의 15%를 원천징수된 소득세에서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다만 모든 노조가 공시 대상은 아니다. 조합원 수가 1,000명 이상인 대형 단위 노조 및 산하 조직만 해당된다. 소규모 노조의 집행 부담을 고려했다는 게 정부 주장이다.
이외에 정부는 재무ㆍ회계 관련 일을 한 경력이 있거나 전문 지식 또는 경험이 풍부한 사람만 노조 회계 감사원을 맡을 수 있도록 했고, 결산 결과와 운영 상황 공표 시기ㆍ방법이 없는 현행 규정을 보완, 회계연도 종료 후 2개월 이내에 게시판 공고 등 전체 조합원이 알 수 있는 방법으로 공표하게 했다.
시행령 개정 명분은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국민 세금이 지원되고 사회에서 역할ㆍ영향력이 커진 만큼 노조는 국민의 회계 투명성 요구에 부응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당장 반발하고 나섰다. 작은 노조를 배려했다는 게 정부 생색이지만, 노조 조합비를 배분받는 산별 노조나 한국노총ㆍ민주노총 등 총연맹급 상급 단체까지 공시 대상에 집어넣는 식으로 이들이 공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결국 소규모 노조까지 손해를 보게끔 제도를 설계했다. 혜택 박탈의 실질 피해자가 조합원 개인이라는 점에서 불이익이 현실화할 경우 상급 단체 이탈 움직임이 불거질 개연성이 있다. 2021년 기준 한국노총ㆍ민주노총 가입 노조 조합원은 각각 123만8,000명, 121만3,000명이다.
이로 미뤄 투명성은 구실일 뿐이라는 게 노동계 주류 판단이다. 한국노총은 이날 논평에서 “시행령 개정에 반대하면 노조를 회계 문제가 있는 집단으로 매도하려는 의도가 노골적”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노조 공격이라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만들어진 시행령 개정안”이라고 폄하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투명성 강화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제도가 부실한 게 사실”이라며 “단위 노조를 상급 노조 압박 지렛대로 삼거나 탈퇴를 유도해 상급 노조 힘을 빼려는 시도의 일환이 조건부 세액공제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친기업 성향인 윤석열 정부의 총연맹 체제에 대한 반감은 깊다. 노사정 간 사회적 대화에 노동계 대표로 양대 노총만 들어와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날 이 장관 발언이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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