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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난청이면 치매 위험 5배…보청기 사용에 적극적 지원 필요

입력
2023.06.18 06: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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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최재영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국내 65세 이상에게서 50만여 명이 당장 보청기를 착용해야 할 정도로 심한 난청을 앓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내 65세 이상에게서 50만여 명이 당장 보청기를 착용해야 할 정도로 심한 난청을 앓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르게 고령화되면서 2년 후엔 초고령 사회가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50년엔 인구의 40%가 65세 이상이라고 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건강한 노년을 보내는 것이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난청은 자칫 지나치기 쉬운 증상이다. 크게 표시 나는 것도 아니고, 조금 불편한 것만 참으면 견딜 만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병원으로 찾아오는 난청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난청이 치매를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 때문이다. 심한 난청이 있으면 치매가 생기는 위험이 5배까지 증가한다고 하니 환자와 가족들의 걱정이 커지는 게 당연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조치 가운데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난청 치료를 들고 있다.

그렇다면 난청이 얼마나 많을까.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노화성 난청은 70세가 되면 35%, 80세에서는 50%가 된다고 하니 가장 흔한 노화성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국내 고령 인구가 급증하면서 귀에 생기는 퇴행성 변화로 나타나는 노화성 난청 환자도 늘고 있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고령인 50만 명 이상은 당장 보청기를 착용해야 할 정도로 난청을 앓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보청기를 사용하는 비율은 20%도 되지 않는다. 이 수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비율이다.

그럼 국내 난청 환자들은 왜 보청기를 잘 사용하지 않을까. 우선 보청기에 대한 국민 인식이 좋지 않다. 많은 난청 환자들은 주변에서 보청기 성능이 별로 좋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청기가 효과는 없고 불편한 것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보청기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구입 후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실망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안경은 착용하면 금방 잘 보이지만 보청기는 착용하고 소리를 잘 들으려면 적어도 6개월의 적응 기간이 필요한데 이런 점이 잘 알려지지 않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이 밖에 보청기를 착용하면 진짜 노인이 됐다고 여기는 사회적인 풍토도 보청기 착용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불어 보청기 구입이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운 것도 큰 문제다. 보청기는 관리 비용까지 원가에 포함돼 있는 고가의 의료기기다. 다행히 2016년부터 정부에서 청각 장애인에게는 보청기 구입비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보청기가 꼭 필요한 비장애인 난청 환자에 대한 지원은 전무하다.

노화성 난청을 앓고 있는 환자가 기기 비용 때문에 보청기 착용이 늦어진다면 나이가 더 들어 청각 장애인이 된 뒤에는 오히려 보청기 효과가 떨어져 착용을 꺼리게 만들 수 있다.

난청은 다양한 질환 가운데 치료의 경제적 효과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청기를 사용해 의사소통을 원활히 한다면 당장 직장을 갖고 경제활동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선진국에서는 보청기 지원을 과감히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기기의 합리적인 예상 사용 기간·수명을 5년으로 정해 이 기간에는 주기적으로 교체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네덜란드·캐나다·벨기에 등에서는 3년마다 지원하고 있다.

초고령 사회를 눈앞에 둔 우리도 난청 환자에 대한 더 전향적인 지원과 보청기의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

최재영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최재영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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