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500대 기업 대상 설문
네 곳 중 한 곳 "상반기보다 투자 규모 줄일 것"
SK온은 올해 상반기 미국 포드, 튀르키예 현지 기업 코치와 함께 추진하던 전기차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이 무산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 인근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유럽의 전기 버스·트럭 시장을 공략하려 했지만 고금리 기조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데다 유럽 현지 전기차 수요마저 부진해 계획 발표 1년여 만에 투자를 접은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올 하반기에도 허리띠를 졸라맬 전망이다. 국내 대기업 10곳 중 8곳이 올 하반기 투자 규모를 상반기보다 늘리지 않을 계획이며 네 곳 중 한 곳은 아예 투자 규모 축소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설문결과가 나왔다. 하반기에도 불황의 골이 깊어진다고 본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5일 공개한 매출 500대 기업 대상 '2023년 하반기 국내 투자계획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107개사)의 60.7%가 올 하반기에도 상반기와 비슷한 규모로 투자하겠다고 답했다. 투자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답한 기업은 15.0%에 그쳤다.
상반기보다 투자 규모를 줄이겠다는 응답은 24.3%나 됐다. 기업 85.0%가 하반기에도 투자 규모를 늘리지 않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조사와 다른 결과다. 당시에도 500대 기업 대상으로 2023년 투자계획을 물었는데 응답 기업의 86.5%가 2023년에 투자를 전년보다 늘리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2023년 하반기부터는 투자 활성화가 이뤄진다고 내다봤다. 이상호 전경련 경제조사팀장은 "지난 연말만 해도 글로벌 경기 둔화가 2023년 하반기부터는 완화되고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며 "결과적으로 경기 반등이 일어나지 않았고 올해 경제성장률이 1%대에 이른다는 비관적 전망이 이어지며 주요 기업들이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리스크 ①글로벌 경기둔화 ②고금리 ③고환율
실제 올해 세계 경제는 2%대 저성장 국면에 놓였고 불안한 근원 물가, 높은 금리 등으로 투자심리는 꺾인 상태다. 기업들이 하반기 투자 규모를 늘리기 어려운 이유로 답한 내용도 ①경기둔화 등 경제전망 불확실(33.7%) ②글로벌 통화 긴축 지속(18.7%) ③금융시장 위축 및 자금조달 애로(11.7%) 등이다.
하반기 투자 활동을 쉽지 않게 하는 요인으로도 글로벌 경기둔화(28.4%)라고 봤고, 이어 글로벌 긴축에 따른 금리 상승세 지속(22.1%), 고환율 지속(14.3%) 등을 리스크로 거론했다.
기업들이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시점은 내년이었다. 내년 상반기 회복을 전망한 기업은 36.4%였고, 내년 하반기라고 본 응답도 30.8%나 됐다. 2025년 이후로 본 기업은 11.2%였다.올해 극심한 글로벌 경기침체로 내년에는 기저효과 등에 따른 회복세가 기대되고 금리·물가 등 주요 가격 변수가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예측된다는 해석이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글로벌 경제 위축, 수출 감소, 판매 부진에 따른 재고 누적 등의 영향으로 투자에 적극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는 기업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위해 연구개발 지원을 늘리고 규제 개선, 노동시장 개혁 등을 어이갈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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