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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으로 구분?"... 대만군인지, 중국군인지 헷갈리는 '대만 민방위 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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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으로 구분?"... 대만군인지, 중국군인지 헷갈리는 '대만 민방위 지침'

입력
2023.06.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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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중국군 침공 대비 새 민방위 지침 발표
허술한 아군·적군 구별법 두고 조롱 쏟아져

대만 국방부가 13일 개정·발간한 국가비상사태 민방위 지침에 수록된 중국 적·아군 식별표 가운데 대만군 군복과 군모 등을 묘사한 삽화. 대만 국방부 제공

대만 국방부가 13일 개정·발간한 국가비상사태 민방위 지침에 수록된 중국 적·아군 식별표 가운데 대만군 군복과 군모 등을 묘사한 삽화. 대만 국방부 제공

대만 국방부가 개정한 '국가비상사태 민방위 지침'(이하 민방위 지침)이 대만인들의 비판과 조롱에 휩싸였다. 중국의 침공 가능성에 대비해 중국 인민해방군과 대만군을 구별하는 방법을 실었지만, 민간인으로선 양자를 구분해 내기 어려운 내용들만 가득했기 때문이다.

14일 대만 중앙통신과 자유시보 등에 따르면, 대만 국방부는 전날 민방위 지침 개정판을 발표했다. 지난해 4월 이후 1년 2개월 만에 개정된 이번 민방위 지침에는 △통신 두절 시 대응법 △전쟁터에서 입은 상처 응급처치 △실시간 정보 파악 △아군·적군 식별 방법 등이 새로 포함됐다.

이 같은 내용을 추가한 건 '급변 사태'를 가정해 매뉴얼을 확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3기 체제 들어 대만 내에서 '중국이 실제 대만을 침공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고조된 상황을 고려했다는 말이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도 민방위 지침 개정 이유의 하나라고 국방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피아 식별표 아니라 피아 혼동표" 조롱

대만 국방부가 13일 개정·발간한 국가비상사태 민방위 지침에 수록된 적·아군 식별표 가운데 중국 인민해방군(적군)의 군복 차림. 대만군 군복과 흡사해 분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만 국방부 제공

대만 국방부가 13일 개정·발간한 국가비상사태 민방위 지침에 수록된 적·아군 식별표 가운데 중국 인민해방군(적군)의 군복 차림. 대만군 군복과 흡사해 분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만 국방부 제공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중국 인민해방군 군복과 대만군 군복을 비교한 '피아 식별표'다. 지침서는 먼저 아군 부분에서 육·해·공군별로 대만군 군복을 입은 군인 모습을 삽화로 제시한 뒤, 다음 쪽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의 계절·임무 장소별 군복 4개를 소개했다. 대만 군인은 모두 웃고 있는 표정이고, 인민해방군 군인은 울상에 가까운 무표정이다.

하지만 반응은 싸늘하다. 대만군의 육군용 군복과 인민해방군의 정글 임무용 군복의 색깔과 무늬가 흡사하기 때문이다. 그림만으로는 구분 자체가 힘들다는 뜻이다. 대만인들은 "피아 식별표가 아니라 피아 혼동표다" "아군은 웃고, 적군은 울고 있는 표정으로 구분하라는 것이냐" 등과 같이 냉소를 쏟아냈다.

민방위 지침서엔 인민해방군 군복의 계급장 위치나 명찰의 특징 등도 소개됐으나, 이 역시 융단폭격을 맞고 있다. 대만 네티즌들은 실제 인민해방군 사진과 비교하며 "틀린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자유시보는 "실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대만군에게 혼선을 주기 위해 기존 군복을 입지 않을 것"이라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관측이라고 전했다.

"여기는 중국군이다"... 대만군 보안 논란도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지난 9일 가오슝의 공군 방공미사일사령부에서 교신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지난 9일 가오슝의 공군 방공미사일사령부에서 교신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만군은 중국군의 도·감청에 속수무책이라는 비판에도 시달리고 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지난 9일 가오슝에 위치한 공군 방공미사일사령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장교들과 무전 교신을 시도했는데, "여기는 중국 공군이다. 당신은 이미 우리 영공에 침입했고 우리의 주권을 침해했다"는 엉뚱한 교신이 들려왔다. 대만 공군은 황급히 "대만군이 감시하는 다른 무선 채널의 교신이 흘러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만군 교신망이 사실상 중국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증폭되는 등 체면을 완전히 구긴 꼴이 됐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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