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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우려에 치솟는 천일염 가격, 산지도 웃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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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우려에 치솟는 천일염 가격, 산지도 웃지 못하는 이유

입력
2023.06.15 04:30
수정
2023.06.15 08:23
13면
0 0

신안군수협, 천일염 가격 20% 인상했지만 품절
업체 "정제염 값 오르고 올해 소금도 안 풀려"
산지 "젓갈공장 등 천일염 소비처 축소 우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임박하면서 방류되기 전에 구매하겠다는 소비심리로 천일염, 즉 소금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13일 오후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의 카트에 소금이 쌓여 있다. 뉴시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임박하면서 방류되기 전에 구매하겠다는 소비심리로 천일염, 즉 소금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13일 오후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의 카트에 소금이 쌓여 있다. 뉴시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국내산 천일염 가격이 치솟고 있다.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은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강조하고 있지만 국민들 사이에서는 오염수가 먹을거리 안전을 위협할 것이라는 걱정이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상황이다. 온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소금 사재기 현상이 이어지며 천일염 수요·공급 시스템까지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걱정도 커지고 있다.

14일 자영업자나 업체들이 많이 찾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사이트 옥션에서는 실시간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 상품 53위에 '대용량 3년 묵은 세척 김장용 천일염 20kg'이 올라왔다. 천일염 한 포대가 5만 원. 국내 천일염의 85%가 생산되는 전남 신안군 신안군수협직매장에서는 20kg 한 포대에 2만5,000원이던 21년산 천일염을 8일부터 3만 원에 팔기 시작했지만 이마저도 품절됐다. 신안에서 염전을 운영하는 양광 전 대한염업조합 이사장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일주일 전부터 천일염 주문이 평소보다 다섯 배가량 늘었다"며 "한 포대씩 주문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다섯 포대씩 산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일반 가정의 택배 주문량과 식자재 마트에서의 주문량이 특히 많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지마켓에서는 6~12일까지 천일염을 포함한 소금 판매량이 전주 대비 27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에서도 지난달 12일~이달 11일 한 달 동안 팔린 소금량이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고 일부 대형마트 매장에서 소금이 품절되는 등 오프라인까지 소금 대란의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생산량 감소 천일염..."소비처 더 줄어들까봐 걱정"

그래픽=신동준 기자

그래픽=신동준 기자


음식 만들 때 빠져서는 안 되는 조미료 중 하나인 천일염값이 치솟으면서 국내산 천일염으로 젓갈, 김치 등을 생산하는 자영업자들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충남 논산에서 국내산 천일염만으로 만든 새우젓 등 젓갈을 판매하는 A씨는 "이번처럼 소금값이 빠르게 많이 오른 건 처음"이라며 "올해 쓸 소금은 미리 사둬서 당장의 근심은 적지만 앞으로가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충남 천안에서 작은 김치공장을 운영하는 B씨는 "좀 더 싼 국산 정제염을 써왔는데 최근 천일염 가격 상승 여파로 이 역시 가격이 올랐다"라며 "천일염은 묵힐수록 간수가 빠져 포대당 가격이 오르는데 일부 소금 생산자들이 지난해와 올해 생산된 소금을 시장에 풀지 않고 있어 값이 더 상승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문 물량이 폭주했지만 그렇다고 천일염 산지 관계자들도 마냥 웃지는 못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수익성이 나빠져 염전 면적은 계속 줄고 매년 천일염 가격이 오르는 마당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라는 또 다른 변수가 나타나 가격 상승에 기름을 부은 상황. 더불어 올해는 기상 악화로 신안군의 천일염 생산량이 전년 대비 20% 가까이 감소했고 소금 생산량을 떨어뜨리는 역대급 장마 소식까지 예고됐다.

양광 전 이사장은 "천일염을 비축한 가정에서는 앞으로 몇 년 동안 추가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며 "천일염을 쓰던 절임공장, 장류 제조업체 등 대량 소비처가 천일염 가격을 견디지 못하고 10배가량 저렴한 수입산 소금이나 정제염으로 바꾼다면 장기적으로 천일염 소비처는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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