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공무원 등에 직권남용, 사기 혐의 적용해 넘겨
산업부 공무원, 사업부지 전용 위해 근거없는 '유권해석'
군산시장, 지인 업체가 사업권 따도록 특혜 제공 의혹
한전 직원 등 태양광 참여 의심 250여명 사례 검토 중
'정부부처-지방자치단체-민간업자'로 엮인 국내 태양광 사업의 복마전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관계부처 공무원이 부지 용도 변경에 개입하고, 지자체장은 업체가 선정되도록 특혜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허위 서류로 사업권을 따내는가 하면, 일부 공무원이 해당 업체에 재취업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감사원은 38명을 직권남용,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무더기 수사의뢰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 실태를 살펴본 결과다.
'복마전' 변질된 태양광 사업
국내 최대 육상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인 '안면도 태양광 사업'은 온통 짬짬이와 봐주기로 얼룩졌다. 감사 결과, 업체 측은 전체 사업부지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폐목장(초지)을 태양광 부지로 전용하려 했는데 충남 태안군의 반대로 난항을 겪었다.
이에 업체 관계자는 2018년 12월 평소 알던 산업통상자원부 과장 A씨의 소개로 행정고시 동기이자 같은 부처 담당 과장 B씨와 부하 사무관 C씨를 만나 청탁에 나섰다. 그 결과 B씨는 태양광 시설을 '중요 산업시설'로 유권해석해 해당 부지를 초지에서 잡종지로 용도 변경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하지만 법률상 근거가 없었다. 태양광 시설은 2018년 법이 개정되면서 중요 산업시설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태안군은 산업부 유권해석을 근거로 해당 부지 전용을 허가했다. 땅값은 공시지가 기준으로만 100억 원 넘게 올랐다. 이후 A씨와 B씨는 퇴사해 각각 해당 업체 대표와 협력사 임원으로 재취업했다. 감사원은 13일 A·B·C씨를 모두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풍력 발전 사업권 따 외국계 업체에 매각 시도한 국립대 교수
강임준 전북 군산시장은 지인의 업체가 태양광 사업을 따낼 수 있도록 특혜를 제공한 혐의로 수사 의뢰 대상에 올랐다. 군산시는 2020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으로 1,000억 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진행했는데, 지역의 D건설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D사의 대표는 강 시장과 고교 동문회장단에서 함께 활동했다.
문제는 D사가 사업자금 조달을 맡은 금융사의 요구 조건을 맞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입찰공고에 따르면 신용등급 A- 이상의 시공사가 연대보증을 해줘야 우선순위 사업자가 될 수 있는데, D사는 이를 충족하지 못했다. 이에 강 시장은 부하 직원에게 "D사의 연대보증 문제를 해결해주라"고 지시했고, 끝내 조건을 맞추지 못하자 담당 금융사를 PF에서 빼고 다른 금융사를 참여시켰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금융사 변경으로 대출금리가 최소 1.8%포인트 높아져 수익금이 감소하게 됐고 향후 15년간 110억 원의 손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군산시는 "태양광 사업은 특수목적법인이 주관한 민간투자사업이라 시는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지역사회에서 건설업체와 자치단체장이 동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특혜를 제공했다는 주장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외에 허위 서류를 만들어 풍력발전 사업권을 따내고 이를 외국계 자본에 팔아 넘기려 한 국립대 교수도 감사원에 적발됐다. 에너지 분야 전공자인 E교수는 친형이 대표인 업체를 사실상 직접 경영하면서 2021년 9월 새만금 풍력발전 사업권을 취득했다. 이 과정에서 풍력 분야 권위자가 이 업체를 100% 소유한 것처럼 주주 명단을 조작하는 등 허위 서류를 꾸몄다.
E교수는 이후 착공하지도 않다가 2022년 6월 당초 투자금액(자본금 1억 원)보다 600배 이상 많은 5,000만 달러(약 630억 원)에 사업권을 해외 업체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국회 등에서 문제제기가 잇따르자 산업부는 최종 허가를 철회했다. 감사원은 E교수가 사업이 아닌 매각을 위해 사업권을 따낸 것으로 보고 있다.
감사원은 이에 더해 한전 등 8개 기관 소속 250여 명을 추가로 들여다보고 있다. 신재생 분야 발전사업을 맡은 공공기관이 표적이다. 이들 기관 소속 임직원들이 내부 규정을 위반해 태양광 사업 등에 본인 또는 가족 명의로 참여해온 정황이 포착됐다.
산자부는 입장문을 내고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에 성실히 협조할 계획"이라며 "신재생 정책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회복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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