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관광청, LGBTQ 축제 적극 후원
'큰손' 관광객 받아 관광업 활성화
‘관광 대국’ 태국이 세계 각국 성소수자(LGBTQ+) 유치에 팔을 걷어붙였다. 태국이 원래 개인의 성적 지향에 관대한 편이기도 하지만, 이들이 의료와 문화 등 각종 분야에서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주요 고객’이라는 이유도 작지만은 않다. ‘퀴어 축제’ 개최를 두고 한국 정치권과 각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에서 연일 격한 논쟁을 벌이는 것과는 대조적인 풍경이다.
12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태국 관광청은 ‘성소수자의 달’인 6월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LGBTQ 행사를 적극 후원하고 있다. 4일 ‘방콕 프라이드 행진’에 5만여 명이 참여했고, 이달 중 푸껫과 파타야, 치앙마이 등 주요 도시에서도 관련 축제가 줄줄이 예고돼 있다. 관광청은 이 행사들에 자금 지원은 물론, 대외 홍보에도 도움을 아끼지 않고 있다.
태국이 아시아에서 LGBTQ에 가장 관대한 국가라 해도, 정부가 공개적으로 후원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성소수자 대상 관광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봤다는 얘기다.
태국은 국내총생산(GDP)의 20%가 관광에서 나올 정도로 관광업 의존도가 높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관광업뿐 아니라 태국 경기 전반이 침체에 빠졌다. 결국 세계 각국 성소수자 관광객을 적극 받아들여 경기 활성화를 이끌 반전의 카드로 삼으려는 게 태국 정부 구상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성소수자는 여행업계의 ‘큰손’이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마케팅 기관 ‘아웃나우 컨설팅’은 LGBTQ 여행객의 연간 소비 금액이 약 2,000억 달러(약 258조 원)에 달한다고 추산한다. 비(非)성소수자의 관광 지출 금액이 연간 3.8% 증가하는 데 비해, 성소수자 여행객의 지출액은 8% 늘어난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태국을 찾은 성소수자 관광객은 관광 외 산업에도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의료와 미용 분야가 대표적이다. 2021년 태국 최대 병원 중 하나인 방콕 범룽랏 국제병원은 성소수자 관광객에게 통합 의료와 웰니스(신체·정신·사회적 건강)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이드 클리닉’을 열었는데, 태국뿐 아니라 중국 베트남 싱가포르 방글라데시 등에서 고객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나파스 파오로히티야 병원 최고마케팅책임자는 “구매력이 강한 아시아 지역이 최고 전략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자국에서는 사회적 혐오와 차별 탓에 ‘안전하게 치료받을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이들이 태국에서 호르몬 치료 등 의료 서비스를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 미용성형외과학회는 태국 내 성 치료 산업 가치가 연간 360억 바트(약 1조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태국은 성소수자 관련 소프트파워 홍보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남성 간의 사랑(BL)을 주제로 한 태국 드라마 수출액은 15억 바트(약 560억 원)를 넘어섰다. 태국 상무부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수출 시장을 넓히려 부심하고 있다. 태국 관광청 관계자는 니혼게이자이에 “정부는 성소수자 그룹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며 “그들의 수요 충족을 위한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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