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미 당국자·전문가들 인용해 보도
"IT 채용 담당자 위장 등 수법도 진화"
북한이 최근 5년 동안 해킹 부대를 통해 훔친 암호화폐가 무려 4조 원에 육박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탄도미사일 개발 프로그램 자금의 절반 정도가 이 자금에 의해 조달된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당국자, 블록체인 전문가 등을 인용해 11일(현지시간) 이같이 보도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의 조사 결과, 2018년쯤 북한이 대대적인 암호화폐 공격에 나선 이후 5년간 디지털 절도 수법으로 챙긴 돈이 30억 달러(약 3조8,800억 원)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당국자들은 이 자금이 핵개발을 포함한 북한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비용의 절반가량을 충당한 것으로 본다고 WSJ는 전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앤 뉴버거 사이버·신기술 담당 부보좌관은 “지난해 세계 각국의 암호화폐 거점에 대한 북한의 공격이 기승을 부렸다”며 “탄도미사일에 필요한 외국산 부품을 북한이 구매할 때 사용한 외화의 50%가 이런 사이버 공작으로 마련됐다”고 추산했다. 지난해 11월 해당 자금의 비율이 ‘약 30%’라고 했던 데에서 추정치를 좀 더 상향한 셈이다.
실제 북한은 러시아, 중국 등 전 세계에서 정보기술(IT) 분야 전문 인력 수천 명을 ‘그림자 부대’로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명당 30만 달러(약 3억8,000만 원)의 연수입을 벌어들인다는 게 미 정부의 분석이다. 또, 북한의 사이버 공격 부대원들은 마치 IT 채용 담당자인 것처럼 위장해서 블록체인 업체 직원들에게 ‘스카우트 제안’ 이메일을 뿌리는 등 해킹 수법도 진화하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블록체인 추적업체인 TRM랩스 관계자는 “흡사 현대판 해적 국가 같다”고 말했다.
북한의 이런 활동은 결국 국제사회 제재를 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뉴버거 부보좌관은 “일반적으로 국가의 사이버 프로그램은 지정학적 목적의 스파이 활동에 집중하지만,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를 우회하려는 ‘경화(hard currency) 절도’에 초점을 맞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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