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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의 위험한 '외교'

입력
2023.06.12 17: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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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8일 저녁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예방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8일 저녁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예방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정치는 국경에서 멈춰야 한다’는 질책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한중관계 개선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협력을 논의한다며 지난 8일 주한 중국대사관저를 찾아 싱하이밍 대사와 만찬회동을 했다. 하지만 싱 대사는 우리 외교를 작심하고 조롱ㆍ협박했고, 이 대표는 “(한중 간) 신뢰가 회복될 수 있도록, 정부당국의 추가 노력들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등의 발언으로 싱 대사에게 동조하는 모습을 보여 우려를 샀다.

▦ ‘정치는 국경에서 멈춰야 한다’는 주요 외교문제에 국내 정치가 어떻게 대응하는 게 바람직한 것인지를 통찰한 외교가의 명언으로 꼽히는 말이다. 1948년 당시 미국 야당이던 공화당 소속으로 상원 외교위원장을 맡은 아서 반덴버그(1884~1951) 의원의 발언 원문은 ‘정치는 물가에서 멈춰야 한다(Politics stops at the water's edge)’였다. 그런데 원문의 '물가'는 '국경'을 의미하므로 의역된 문구로 널리 인용되고 있다.

▦ 그때 미국 대통령은 해리 트루먼이었고, 민주당 정부는 냉전이 시작되자 ‘트루먼 독트린’에 따라 유럽 지원책인 ‘마셜플랜’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ㆍNATO) 창설 등을 추진했다. 공화당 외교정책 기조인 전통적 ‘고립주의’ 대신, 적극적 해외 개입을 통해 자유진영을 공고히 하고 미국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개입주의’ 정책을 가동한 셈이었다. 이에 공화당 반대가 거세지자, 공화당 소속이지만 상원 외교위원장으로서 외교정책에 대한 초당적 협력을 선언한 것이다.

▦ 이 대표는 질책에 대해 “(싱 대사와) 싸우러 간 게 아니라, 관계를 개선하고 국익을 위해 협조할 방향을 찾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며 “그게 바로 외교”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한중 간 긴장국면에서 우리 외교에 대한 중국의 이해를 구하기는커녕, 싱 대사 옆에서 동조하는 모습까지 보인 건 개탄스러운 ‘적전분열’로 비칠 수밖에 없다. 안에서는 정부를 비판해도, 대외적으론 우리 외교에 힘을 실어주는 ‘초당외교’의 성숙한 모습이 아쉽다.

장인철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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