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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한국 학자들 '비자 발급' 볼모로… 학술행사 줄줄이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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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中, 한국 학자들 '비자 발급' 볼모로… 학술행사 줄줄이 연기

입력
2023.06.13 04:30
수정
2023.06.13 09:3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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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산하 연구기관 학자들 비자 지연
상반기 한중 공동학술행사 하반기로 미뤄져
전문가들 "中, 한국에 '강대강' 노선 택한 듯"

지난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중국대사관저로 초청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만찬회동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지난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중국대사관저로 초청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만찬회동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중국이 정부 산하 연구기관 소속 국내 전문가들의 비자 발급을 지연시키는 것으로 파악됐다. 학계에서는 "방문비자(F비자) 발급을 거부당한 사례가 여럿"이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그로 인해 코로나19 이후 관계 정상화 차원에서 준비하던 한중 학술행사가 줄줄이 연기됐다. 최근 양국 정부 간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민간이 참여하는 소통 채널마저 막히고 있다.

지난달 행사도, 매년 열던 행사도 연기... 中, 비자 발급 지연으로 애먹이기

1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연구기관은 지난달 열려던 한중 공동학술회의를 하반기로 늦췄다. 해당기관 관계자는 "중국 당국의 비자 발급 절차가 돌연 과거보다 복잡하고 까다로워져 일정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B연구기관도 매년 진행해온 한중 협력행사를 연기했다. 이 기관 관계자는 "한중관계 변화에 따라 일정을 하반기로 미룬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 사안에 정통한 중국 전문가는 "중국 측에서 일정 합의에 비협조적이어서 연기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학술행사를 비롯한 민간교류는 흔히 '트랙 2'로 불린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정부 간 교류(트랙 1)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관계개선의 부담이 적다. 따라서 이 부분까지 중국이 틀어막는 건 한중관계를 상당히 부정적으로 본다는 의미로 읽힌다.

다만 중국 당국의 이번 조치는 아직 '공식적'인 비자 발급 거부가 아닌 '행정절차 지연' 수준으로 보인다. 향후 중국이 수위를 조절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중관계 전문가는 "정부와 연관된 1.5 트랙(반민반관)이나 민간의 교류를 중국 측이 모두 거부하고 있다"며 "비자 발급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보완을 추가로 요구해 중국 현지일정을 소화할 수 없게 하는 형태로 애를 먹이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과 중국은 트럼프 정부 시절인 2018~2020년 상대국 학자들의 방문비자 발급에 제동을 건 전례가 있다. 당시 '무역전쟁'으로 양국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며 팽팽하게 맞설 때였다. 미국은 중국 학자들을 "스파이"라며 비난했고, 중국은 "정치적 박해"라고 반발했다.


한중일 정상회의 협의도 '올스톱'…전문가들 "중국과 인식의 차 커"

한중 정부 간 협의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정부가 올해 말을 목표로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이벤트인데, 이를 위해 당초 지난달 초로 일정을 타진하던 실무협의가 중국 측의 입장 변화로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일정 조율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이뤄졌다가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막판에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학계로 확산된 한중 갈등국면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윤석열 대통령 방미를 계기로 중국은 대한국 정책을 억제와 압박으로 완전히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며 "(양국이) 상당한 타격을 입은 후 대화를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흥호 한양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는 "한중 간 인식의 차가 너무나도 큰 상황"이라며 "양국관계는 하루아침에 청산할 수 없기 때문에 대화를 통해 전략적인 균형점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관된 대중 기조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가 중국의 압박에 타협하는 모습을 보이면 중국이 얕본다는 것이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국제관계연구실장은 "중국도 상호존중적 관계를 추구한다는 윤석열 정부의 대중국 정책 기조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며 "자국 우월주의적으로 한국을 대하는 건 우리 정부가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는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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