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암 치료제 개발 중인 김권 셀비온 대표
BIO USA 2023서 빅파마 관심 한몸에
몇 달 뒤 있을 손주 돌잔치를 보고 죽는 게 소원입니다. 그때까지만 살 수 있게 해주세요.
셀비온 전립선치료제 임상시험에 참가한 A씨
#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말기 전립선암 환자 60대 A씨는 방사성의약품 전립선 치료제 임상시험 참가 이유를 이렇게 적었다. 아프다는 이유로 손주를 제대로 안아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에 돌잔치만큼은 꼭 축하해 주고 싶어서다. 그러나 그에게 주어진 여생으로는 불가능한 꿈이었다. 그는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셀비온의 임상 시험을 신청했다. 몇 달 뒤 간절했던 그의 바람은 이뤄졌다. 암세포가 온몸에 퍼졌을 정도로 최악이었던 몸 상태는 완치에 버금가는 수준까지 돌아왔다. 그는 돌잔치에서 손주를 벌쩍 들어 올리며 기쁜 미소를 보였다.
모든 수단을 동원한 전립선암 말기 환자들이 마지막으로 찾는 치료 방법인 방사성의약품. 세계 학회에서도 이제서야 주목할 정도로 국내에서는 불모지나 다름없다. 글로벌 제약사 중에서도 한 곳만 약을 만드는데 미국과 유럽 등 빅마켓에만 들어간다. 국내에서 이 약을 구하는 건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과 마찬가지라 환자들은 약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A씨처럼 절망에 빠졌던 환자들이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바이오 인터내셔널 2023(BIO USA)'이 이를 증명하는 자리가 됐다. 행사 폐막일이었던 8일(현지시간) 미 보스턴컨벤션센터에서 만난 김권 셀비온 대표는 "임상시험 참가자들이 가족과 더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돼 감사해한다"며 "저희가 더 행복하고 제품 개발에 힘쓸 수 있는 이유"라고 전했다.
"빅파마 C레벨들이 만나자고… 자신감 얻었다"
김 대표가 전립선 치료제(PSAMA-DGUL) 제품화 길에 접어든 지 벌써 7년째. 2014년 대학 동기인 정재민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와 의기투합했다. 서울대 암연구소에 제약연구소를 열고 한국에서는 상상하지 못한 방사성의약품 상용화란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가기 시작했다. 효능이 어느 정도 입증되기 전까지는 연구에 전념하겠다는 그의 소신은 2021년 빛을 보기 시작했다.
같은 해 국가신약개발사업 지원 과제에 뽑혔다. 정부가 신약 개발 전 주기 지원을 약속한 만큼 제품 개발에 순풍을 탄 것이다. 2021년 5월 임상 2상에 들어갔고 최근 중간 결과가 나오면서 BIO USA에 왔다. 김 대표는 "정 교수와 서울대 산학협력단, 신약개발사업단 등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못 왔을 것"이라며 "글로벌 제약사 못지않게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된 단계에 왔기에 세계로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허풍이 아니었다. 이번 BIO USA 출품은 대성공이었다. 다국적 제약사(빅파마) 상위 10개 업체 중 8곳과 미팅했다. 1년 전 '미국에 오면 만나자'고 문을 두드린 회사도 있었고 한 업체와는 전시회 밖 호텔에서 비공개 회담도 했다. 김 대표는 "특히 C레벨(CTO·CSO)이 찾아와 놀랐다"며 "누구나 이름을 알 정도의 빅파마 부사장도 만나 상상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셀비온 직원들은 내년 상반기 임상 3상 착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잘 듣던 치료가 갑자기 안 들어 혼란스러웠던 환자들, 암 전이가 멈춰 행복의 눈물을 쏟던 환자 가족들까지 그동안 사람들의 희비를 지켜봤기에 이들을 하루라도 빨리 웃게 해주고 싶다는 소망 때문이다. 김 대표는 "치료 수단이 없는 환자들을 위해 최대한 빨리 제품화하는 게 목표"라며 "말기 암 환자의 한 줄기 빛이 되길 바란다"고 다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