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참가자보다 4배 많은 경찰 투입
주최 측 "강제 해산 근거 없다" 주장
경찰 "신고되지 않은 집회, 해산 정당"
경찰이 9일 대법원 앞에서 열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1박 2일 노숙 문화제가 미신고 집회라고 판단해 강제 해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3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불법 요소가 조금이라도 있는 집회에 엄정 대응하겠단 경찰의 달라진 집회ㆍ시위 대응 방침이 또 한 번 드러났다.
비정규직 노동단체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공동투쟁)’은 이날 오후 6시 30분쯤부터 서울 서초구 대법원 동문 앞 인도에서 노숙 문화제를 열었다. 문화제에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활동가, 시민 등 주최측 추산 200여 명이 모였다.
공동투쟁은 불법파견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기업들의 재판을 조속히 끝내 달라고 요구하며 2021년부터 이곳에서 20차례 이상 야간 문화제와 노숙 농성을 해왔다. 야간 문화제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상 신고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서울 서초경찰서는 공동 의견을 대외적으로 표명하는 행사는 집시법상 신고 의무가 있는 집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집회 전부터 “미신고 집회를 개최할 경우 필요시 법률에 따라 해산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경찰은 오후 4시부터 인도에 철제 펜스를 설치하며 문화제 공간과 보행로를 구분하고, 문화제가 시작된 이후부터는 해산 요구 방송을 거듭했다. 오후 9시쯤 3차 경고 방송이 이뤄졌고 공동투쟁 측이 해산을 거부하자 마지막 경고방송과 함께 오후 9시 20분 강제 해산에 돌입했다. 투입된 경찰은 집회 참가 인원의 4배가 넘는 총 12개 부대(700명)였다.
5명의 경찰이 참가자 1명의 팔다리를 잡고 끄집어낸 뒤 200m 떨어진 교회 앞 공터로 이동시켰다. 참가자들은 “집회 해산은 불법”이라며 격렬하게 저항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공동행동 측은 “행사 참가자 2명이 응급차로 후송됐으며, 1명은 현장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25일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과 공동투쟁이 같은 장소에서 연 야간 문화제도 같은 이유를 들어 강제 해산하고 참가자 3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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