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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10만 건 '먹튀' 골머리 사장님들, '선결제'가 해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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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10만 건 '먹튀' 골머리 사장님들, '선결제'가 해답?

입력
2023.06.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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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2021년 6.5만 건이었던 '먹튀' 지난해 9.5만 건으로 급증
처벌은 20만 원 이하 즉결심판·통고처분... 처벌받는 비율 줄어
메뉴 선택 후 결제해야 주문 접수되는 '테이블 오더' 속속 도입
"먹튀는 예방해도 중장년층 손님 줄까 걱정" 의견도

경북 포항에서 대전까지 택시비 28만 원을 내지 않고 도망친 손님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경북 포항에서 대전까지 택시비 28만 원을 내지 않고 도망친 손님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손님이 음식값을 지불하지 않고 달아난 이른바 '먹튀' 사건이 잇따르면서 자영업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연간 10만여 건 발생했던 '먹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과 함께 시행된 거리두기로 줄었다가 '일상으로 복귀'가 이뤄진 지난해 급증한 반면, 처벌받는 경우는 오히려 줄었다. 자영업자들은 먹튀 예방 차원에서 '선결제' 시스템을 속속 도입하고 있으나 단점도 있어 '만능 해결책'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7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손님이 음식값을 지불하지 않고 달아난 이른바 '먹튀(먹고 튄다)' 사연이 또 올라왔다. 작성자는 "70대인 이모가 인천 부평시장서 식당을 운영하는데, 오늘(7일) 오후 3시쯤 손님이 혼자 와 삼겹살 2인분을 주문하시고, 옆 테이블 손님들에게도 맥주와 다른 안주를 인심 쓰듯 사주며 3시간가량 있었다"며 "(가게에) 에어컨을 틀어두었는데 (손님이) 갑자기 '춥다'고 하더니 겉옷을 입고 매장 밖 화장실을 가는 척하면서 사라졌다"고 사연을 전했다. 그는 해당 손님이 찍힌 폐쇄회로(CC)TV 화면도 캡처해 올리며 "(그가 주문한) 음식값만 8만5,000원"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달 31일에는 '부산 해운대에서 와인바를 운영하는 사장'이라고 소개한 회원이 "남성 3명이 두 시간가량 음식, 와인, 맥주 등 15만 원어치를 먹고, 직원이 다른 테이블을 치우는 사이 그냥 나가버렸다"며 "경찰에 신고했지만, 안 그래도 경기가 매우 안 좋은데 이런 일을 당하니 너무 힘들다"고 적었다.

식당뿐만 아니라 택시비 먹튀 사건도 잇따랐다. 지난달 8일 경북 포항에서 택시를 탄 20대 여성 2명이 목적지인 대전에 도착해 택시비 28만 원을 내지 않고 도망간 사연이 전해져 공분이 일었고, 지난달 6일 서울에서 충남 청양의 사찰까지 187㎞를 이동한 후 택시비(약 20만 원)를 내지 않은 채 잠적한 혐의(사기)로 경찰이 60대 남성을 쫓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옆 테이블 음식까지 혼자서 8만 원어치 주문... 먹고 튀어"

메뉴 선택뿐만 아니라 계산까지 해야 주문이 접수되는 테이블 오더. 온라인 캡처

메뉴 선택뿐만 아니라 계산까지 해야 주문이 접수되는 테이블 오더. 온라인 캡처

통계상으로도 먹튀 사건은 코로나19가 확산됐던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여파로 줄었다가 최근 다시 늘고 있는 추세다.

9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무전취식·승차 신고 건수는 2018년 10만8,537건에서 2019년 11만6,496건으로 늘었다가 코로나19가 발생했던 2020년(10만5,547건)과 2021년(6만5,217건) 크게 줄었다. 거리두기 완화와 일상으로의 복귀가 본격화한 지난해(9만4,752건) 45.3% 급증했고, 올해는 4월까지 3만8,150건이 접수돼 이런 추세가 유지된다면 코로나19 이전인 11만여 건에 이를 전망이다.

그러나 처벌은 약하다. 무전취식·승차는 상습범이 아닌 경우 경범죄처벌법(3조 1항 39호)에 따라 보통 통고처분(법규 위반자에게 범칙금을 부과하고 일정 기간 안에 납부하면 처벌을 면해주는 행정처분, 5만 원)이나 즉결심판(2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과료)에 넘겨진다. 통고처분을 이행하지 않으면 즉결심판으로 전환되기도 한다. 지난해 무전취식·승차 관련 즉결심판(7,887건)과 통고처분(7,786건)은 모두 1만5,673건으로, 신고 건수의 16.5% 수준이다. 올해는 4월까지 즉결심판(2,036건)과 통고처분(2,240건)이 신고 건수의 11.2%에 그쳤다.

메뉴 선택뿐 아니라 결제해야 주문 접수 '테이블 오더' 속속 도입... "먹튀 예방"


경찰청 관계자는 "동종 전과나 상습 여부 등을 따져 형사 입건해 정식 재판받게 하는 경우도 있고, 상습범은 사기죄를 적용하기도 한다"면서도 "무전취식은 사기에 포함해 통계를 관리하기 때문에 무전취식·승차의 형사처벌 건수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먹튀 사건 많이 발생해도 처벌까지 가는 경우가 적어 피해를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자영업자들은 돈을 떼일 가능성을 줄이려 '선결제'를 선호하고 있다. 비교적 많이 보급된 '키오스크'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각 테이블에서 주문과 계산을 동시에 하는 선결제 시스템 '테이블 오더'도 속속 도입하고 있다.


<'먹튀' 신고·처벌 통계>(자료: 경찰청)

연도 무전취식·승차 신고(건) 즉결심판(건) 통고처분(건)
2019 116,496
8,651
14,359
2020 105,547
8,591 12,596
2021 65,217
7,549
7,792
2022 94,752
7,887
7,786
2023(1~4월) 38,150
2,036
2,240

서울 중구 회현역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영숙(가명)씨도 올해 3월 '테이블 오더'를 설치해 만족해하고 있다. 8개 테이블에 설치된 태블릿으로 손님이 메뉴를 고른 뒤 결제해야 주방과 카운터에 주문이 들어가는 '테이블 오더' 덕분에 적어도 먹튀 걱정은 없다. 그는 "돈을 안 내고 가는 먹튀 손님이 1년에 한두 차례 정도로 많지는 않지만, 먼저 결제해야 하니까 그런 불상사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며 "한 달 렌털료(18만 원 안팎)가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데다 손님도 편리하고, 나도 시간 여유가 생겨 다른 일 볼 수 있는 시간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중장년층 손님 그냥 나가... 주문 방식 어렵다" 의견도

다만, 먹튀는 막을 수 있어도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라는 의견도 있다. 특히 테이블 오더를 설치하면 최신 기기에 취약한 중장년층 손님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다. 또, 글자 크기가 작고 업종이나 브랜드마다 주문 순서 등 조작법이 달라 난감해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테이블 오더 설치를 고민하는 글에 "손님과 친밀감도 떨어지고, 하나씩 설명해줘야 할 것 같아 (고민하다) 추후에 필요하면 설치하려고 한다", "(손님이) '잘 모르니까 와서 봐달라'고 하는 순간, 안 그래도 모자란 인력 난리 나는 게 테이블 오더"라며 조심스러워하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테이블 오더'를 설치한 한 회원은 "자리에 앉은 뒤 부르지도 않고 별말 없어 '알아서 하시나 보다' 했는데, 그냥 나가시는 경우도 많았다"며 "처음 한 달은 바쁘더라도 손님이 못 하면 최소 한 번은 알려드려야지 그렇지 않으면 다음에 안 오신다"고 경험담을 털어놓기도 했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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