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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첫 '대마 비범죄화' 태국… 1년 만에 정책 유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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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첫 '대마 비범죄화' 태국… 1년 만에 정책 유턴?

입력
2023.06.0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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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연정 참여 정당들 "대마, 마약 재지정"
상인 "정책 뒤집으면 태국 신뢰도 떨어져"

4일 태국 방콕의 한 대마 상점에 정부의 대마 비범죄화 1주년을 기념하는 광고판이 설치돼 있다. 방콕=허경주 특파원

4일 태국 방콕의 한 대마 상점에 정부의 대마 비범죄화 1주년을 기념하는 광고판이 설치돼 있다. 방콕=허경주 특파원

#지난 4일 낮 태국 방콕 중심가 수쿰빗. 대마초 판매 가게 앞을 서성이자 직원이 “와서 구경하고 시도해 보고 가라”며 팔을 잡아끌었다. 매장 안에는 이미 한 무리의 관광객이 유리병 속 샘플 향을 맡으며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가게 직원은 “대마 허가 1주년을 기념해 대폭 할인도 하고 있다”며 대마 조각과 엑기스, 크림 등 상품을 끝없이 진열대 위에 올렸다.

지난해 6월 9일 태국 정부가 아시아 최초로 대마초 재배와 유통을 허가한 이후 지난 1년간 현지에서는 향락용 대마 판매와 소비가 빠르게 늘었다. 현재 대마 재배 사실을 공식 신고한 사람은 110만 명, 영업 허가를 받은 사업장은 1만2,000곳에 각각 달한다.

태국 주요 도시는 그야말로 대마 천국이 됐다. 대마초 판매 가게나 대마가 들어간 피자, 쿠키, 음료 등 관련 제품을 파는 상점이 한 블록마다 두세 곳씩 보인다. 해가 지면 외국인들이 노상에서 피워 대는 대마 잔향이 골목을 가득 감쌀 정도다.

지난 1년간 대마 산업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침체된 경제를 끌어올린 일등공신이었다. 태국상공회의소 대학교(UTCC) 조사에 따르면, 태국 대마초 시장 가치는 올해 319억 바트(약 1조1,890억 원)로 추산됐다. 2025년엔 429억 바트(1조6,040억 원)에 이를 것으로도 전망됐다.

4일 태국 방콕의 노점에서 한 상인이 대마가 들어간 음료를 제작하고 있다. 방콕=허경주 특파원

4일 태국 방콕의 노점에서 한 상인이 대마가 들어간 음료를 제작하고 있다. 방콕=허경주 특파원


정권 교체로 대마 산업 '빨간불'

그러나 이 같은 호황이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지난달 총선에서 오락용 대마 사용에 부정적인 정당이 하원 제1, 2당 자리를 꿰차면서 정책 유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 태국 대마 시장은 회색 지대에 있다. 정부가 자국에서 생산된 대마를 마약류에서 제외하고 의료용 이외 목적 판매·재배를 허용하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별도 법안이나 가이드라인을 내놓진 않은 탓이다. 불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합법이라고 규정할 법적 근거도 없다는 의미다.

이후 청소년의 대마 오남용 사고가 잇따르자 국회는 지난해 말 부랴부랴 법 개정에 나섰다. 그러나 여야 대치 속 공전만 반복하다 의회가 해산됐고, 논의는 올해 8월 구성될 차기 의회 몫이 됐다.

하지만 정치 상황이 바뀌었다. 대마 비범죄화를 이끌었던 여당은 총선에서 참패했다. 제1당에 오른 전진당(MFP)이 최근 연립정부 구성에 동의한 8개 정당과 체결한 양해각서(MOU)에는 ‘대마를 다시 마약으로 지정하고 규제 법안을 만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의 연정 구성 성공을 확신할 수 없으나, 우선 지금까진 대마 산업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3일 밤 태국 방콕의 한 대마 상점 앞에서 관광객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방콕=허경주 특파원

3일 밤 태국 방콕의 한 대마 상점 앞에서 관광객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방콕=허경주 특파원


상인들 “관광업 타격”

정부만 믿고 시장에 뛰어들었던 대마 재배 농가와 상인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법 개정으로 하루아침에 ‘불법’ 딱지가 붙을 경우, 지역 사회는 물론 국가 전체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방콕에서 대마 상점을 운영하는 와니쉬 왕사왓은 “판매를 막으면 상인들이 (장사를) 그만두겠느냐”고 반문한 뒤, “차라리 음지로 숨어들 텐데, 값싼 외국산 대마가 판을 치면서 시장이 더욱 혼탁해질 것”이라고 항변했다. 주요 고객이 관광객인 만큼, 태국 국내총생산(GDP) 20%를 차지하는 관광업에도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마 도매상 수파멧 헤트라쿨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정책 유턴은 태국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현재 ‘대마초 마약 재분류는 국민 권리 침해’라는 내용의 태국 온라인 청원에 개인 5,200명과 업체 200여 곳이 서명한 상태다.

방콕(태국)=글·사진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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