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런던디자인비엔날레]
한국관 장혜원 감독 "관람객에 '여유' 주고파"
영국에서 1일(현지시간) 개막한 제4회 런던디자인비엔날레(이하 런던비엔날레)에 '고아한 정원'이 한국 대표작으로 출품됐다. 한국 선비들이 즐기던 정원을 재현한 것으로 장혜원 H 컬래버레이션 전시디렉터가 감독했다.
한국관은 런던비엔날레가 열린 문화공간 서머셋하우스에서 '가장 볕이 안 드는 곳'에 있다. 바깥세상과 단절되어 오롯이 한국의 미를 감상할 수 있도록 장 감독이 일부러 장소를 골랐다.
어두컴컴한 전시장에 들어서면 커다란 스크린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스크린 속 영상엔 조선시대 문인 양산보가 전남 담양군에 지은 소쇄원, 조선 후기와 대한제국 시기 관료를 지낸 윤웅렬이 서울 종로구에 지은 별장이 번갈아 나온다. 푸른 숲, 좁은 시냇가, 그 옆에 호젓하게 서 있는 기와지붕의 작은 정자가 특징이다. 느릿한 거문고 연주가 배경에 깔린다.
장 감독이 한국의 정원을 주제로 고른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개막식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런던에서 만난 장 감독은 "'케이팝(K-POP)' 등 한국 문화에 대한 국제사회 관심이 커졌기 때문에 한국 전통 정원 양식을 소개할 기반이 마련됐고, 한국의 정원을 작품으로 전개할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국민대 교수 등을 지낸 그는 신라시대 황룡사 구층탑을 본떠 경북 경주에 세운 '황룡원' 건축을 이끌었는데, 이때 쌓은 경험이 이번 작품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런던비엔날레를 찾은 관람객들이 한국 정원을 감상하며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고 여유를 느끼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장 감독은 말했다. 많은 정원 양식 중에서도 선비들이 세속과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용한 '별서 정원'을 고른 이유다. 장 감독은 "자연을 해치거나 망가뜨리지 않고 인간이 그 안에 스며든 구조였다는 점에도 주목했다"고 덧붙였다.
올해 런던비엔날레의 주제는 '협업'이다. 디자인을 매개로 '함께 일한다'는 것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겨보자는 게 에릭 첸 비엔날레 예술감독의 말이다. 고아한 정원도 협업의 산물이다. 가상현실(VR) 기기로 한국의 정원을 관람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지붕과 바닥을 그대로 재현한 한국의 정자를 전시장에 설치하는 등 모든 과정에서 각 분야 전문가들이 힘을 합쳤다. 장 감독은 "'영국인'이 영국에서 자란 나무로 '한국 마루'를 짰다"고 말하며 웃었다. 또 "장인영 H 컬래버레이션 대표, 전진아 거문고 악사, 주기복 목수 등 여러 사람의 손길이 정원 안에 녹아 있다"고 말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첸 감독은 한국관에 대해 "인간과 자연, 전통과 현재 등의 관계성을 생각하게 하는 아름다운 전시"라고 평가했다. 빅토리아 브로케스 비엔날레 총감독은 "인간의 마음을 보듬는 전시"라고 말했다. 런던비엔날레는 25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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