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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짧아도 비전 넘친다…런던비엔날레 '인류의 협업'을 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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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짧아도 비전 넘친다…런던비엔날레 '인류의 협업'을 논하다

입력
2023.06.08 04: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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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런던디자인비엔날레]
"국제 불안↑... 협업 의미 돌아보길"

영국 런던 서머셋하우스에서 열린 런던디자인비엔날레에 몰타가 출품한 '어반 패브릭'. 전통 직물 사이사이로 길이 나 있는데, 이는 도시의 모습을 구현한 것이라고 한다. 런던디자인비엔날레 제공

영국 런던 서머셋하우스에서 열린 런던디자인비엔날레에 몰타가 출품한 '어반 패브릭'. 전통 직물 사이사이로 길이 나 있는데, 이는 도시의 모습을 구현한 것이라고 한다. 런던디자인비엔날레 제공

영국 런던 템스강가에 있는 문화공간 서머셋하우스. 1일(현지시간) 이른 아침부터 인파가 몰렸다. 런던디자인비엔날레(이하 런던비엔날레) 개막식을 보려는 사람들이었다.

런던비엔날레는 '인류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답을 디자인에서 구하자'는 목적으로 영국 출신 디자이너 존 소렐, 벤 에반스가 창시했다. 역사가 길지는 않다. 2016년 첫 전시를 시작으로 2년마다 한 번씩 열려 올해 4회를 맞았다. 2020년 전시는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1년 순연됐다.

역사가 짧다고 그 무게가 가벼운 건 아니다. 올해 주제는 '협업', 전시명은 '더 글로벌 게임: 리매핑 컬래버레이션(The Global Game: Remapping Collaborations)'이다. 빅토리아 브로케스 총감독과 에릭 첸 예술감독의 설명을 바탕으로 풀어 보면, 전 세계에서 온 참가자들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협업하고 완성된 작품을 통해 소통함으로써 '국경을 넘어 협력한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기자 는 뜻을 담았다.

코로나 팬데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인류가 최근 맞닥뜨린 문제들은 서로 협력하지 않고서는 해결할 수 없기에 의미가 더 크다. 첸 감독은 1일 개막식에서 "지정학적 불안 속에서 국제적 협력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경쟁·갈등 대신 협업·협력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험장 역할을 런던비엔날레가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전시엔 한국을 비롯해 미국, 독일 등 40여 개 국이 참가한다.

제4회 런던디자인비엔날레 우크라이나관 전경. '동 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제목이 붙은 전시에는 전쟁을 상징하는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런던디자인비엔날레 제공

제4회 런던디자인비엔날레 우크라이나관 전경. '동 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제목이 붙은 전시에는 전쟁을 상징하는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런던디자인비엔날레 제공


전시장에도 덮친 '러시아 침공'… 'AI 작가'도 눈길

전쟁의 여파는 전시장에도 미쳤다. 우크라이나관의 주제는 '동 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 전쟁이 끝나 비극이 물러나길 바라는 염원이 담겼다. 전시된 작품 중엔 리본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의자가 있다. 우크라이나 자원봉사자들이 군대를 돕기 위해 만들어 파는 리본을 본뜬 것이다. 다른 디자이너가 사용하고 남은 자투리 천으로 리본을 만든 것엔 협업의 의미를 담았다. 라리사 티비나 우크라이나관 큐레이터는 "전쟁 중에 우크라이나 남성의 출국이 금지돼 전시에 참여한 남성 작가와 관계자들은 현장에 올 수 없었다"며 "그래도 전시를 통해 '우크라이나는 건재하다'는 점을 세계에 보여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최대 우방국 폴란드는 전쟁을 주제로 한 작품으로 런던비엔날레 최고 작품상을 받았다. 폴란드관엔 창문이 전시돼 있다. 런던의 기부자들이 우크라이나로 보낸 창문 틀을 가져온 것이다. 공격받은 도시와 마을에서 가장 먼저 파괴되는 것이 건물과 집의 창문이다. 창문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은 우크라이나인들의 일상을 상징한다.

제4회 런던디자인비엔날레에 출품된 로봇, 아이다. 인공지능(AI) 로봇은 스스로 작품을 디자인하고, 3차원(3D) 프린터로 이를 구현한다. 런던디자인비엔날레 제공

제4회 런던디자인비엔날레에 출품된 로봇, 아이다. 인공지능(AI) 로봇은 스스로 작품을 디자인하고, 3차원(3D) 프린터로 이를 구현한다. 런던디자인비엔날레 제공


'인공지능(AI) 작가'에도 이목이 집중됐다.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 에이단 멜러는 '아이다'라는 로봇 작가를 소개했다. 아이다는 알고리즘을 활용해 컵 등을 직접 디자인하고 이를 3차원(3D) 프린터로 구현한다. 아이다 작품엔 결함이 있다. 숟가락엔 구멍이 있고, 컵 한쪽은 깨져 있다. 이를 통해 "AI를 과연 신뢰할 수 있는가? AI가 어떤 문제를 낳을 것인가" 등의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 런던비엔날레는 이달 25일까지 열린다.

런던=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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