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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튀 우려' 사무장병원… "수사 마무리 이전 폐업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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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튀 우려' 사무장병원… "수사 마무리 이전 폐업 막아야"

입력
2023.06.06 0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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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장병원 수사, 속도전인데… 평균 11개월 소요
서울 A병원, 경찰 수사 중 건물 전부 매각
폐업 불허 제도 마련 필요성… 특사경도 숙제

사무장병원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서울 A병원 외관. A병원을 운영하는 의료재단은 최근 병원 건물을 전부 매각했다. 윤한슬 기자

사무장병원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서울 A병원 외관. A병원을 운영하는 의료재단은 최근 병원 건물을 전부 매각했다. 윤한슬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사무장병원 의혹이 제기된 서울 A병원에 대해 사실상 사무장병원이라는 결론을 내놓고도 3개월이나 늦게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사이 A병원은 보건소 허가를 받아 재산을 모두 처분했는데, 이처럼 불법개설 혐의를 받는 병원이 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폐업하는 경우 부당지급된 요양급여를 환수할 수 없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건보공단은 올해 초 A병원을 행정조사한 끝에 2월 사무장병원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리고 수사의뢰서 초안까지 작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실제 수사의뢰는 3개월 뒤인 5월에야 이뤄졌다. (관련 기사: 폐업 앞둔 사무장병원 의심 기관… 건보공단 부당 급여 수십억 환수 못할 위기)

A병원, 수사의뢰 늦어지는 사이 재산 처분

건보공단은 본보가 수사의뢰 시점을 질의하자 다음 날인 지난달 12일 부랴부랴 수사를 의뢰했다. 건보공단은 2월 23일과 24일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를 찾아가 A병원에 대한 조사 내용을 브리핑했지만 금수대가 전세사기 수사 등 업무가 많다는 이유로 정식 수사 의뢰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 주체인 경찰과의 공조 체계가 중요한데 무리한 수사 의뢰가 득 될 게 없다고 판단했다는 게 건보공단 측 설명이다.

그러나 금수대는 건보공단이 수사를 의뢰하자 해당 사건을 직접 맡지 않고 서대문경찰서에 배당했다. 직접 수사할 규모나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해 사건을 일선 경찰서로 보냈다는 것이다. 3개월을 허비하게 된 건보공단 관계자는 "경찰에서 처음부터 못하겠다고 했으면 우리가 다른 길을 찾아봤을 텐데 (경찰에서도) 사건이 규모가 있어 수사를 해볼 만하겠다는 취지로 여지를 남겼다"고 말했다.

수사의뢰가 늦어지는 사이 A병원을 운영하는 B의료재단은 보건소로부터 재단 해산을 목적으로 기본재산처분 허가를 받고 지난달 말 병원 건물를 매각했다. 재산이 사라지면서 A병원이 사무장병원으로 최종 결론 나더라도 건보공단은 부당이득금을 환수하기 어렵게 됐다.

'폐업' 사무장병원 미환수금 3000억… 먹튀 방지 제도 필요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부 앞 표지석. 건보공단 제공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부 앞 표지석. 건보공단 제공

사무장병원은 수사가 마무리되기 전 폐업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방지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건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부당이득금 환수 이전 폐업 의료기관 현황'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4월 말까지 부당이득금 환수 결정 이전에 211개 기관이 폐업했고, 환수하지 못한 부당이득금은 3,000억 원에 달했다.

지자체는 복지부가 배포한 '의료기관 개설 및 설립운영 편람'과 의료법 등을 근거로 의료기관 폐업이나 재단 해산 여부를 판단하는데, 사무장병원으로 의심돼 수사가 진행 중이더라도 재산 처분이나 폐업을 불허할 만한 근거 조항은 없다. 지자체가 사무장병원 의심 기관의 폐업 신고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은 국회 계류 중이다.

사무장병원 수사는 전문성과 신속성을 요하는 만큼 건보공단에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건보공단이 행정조사를 통해 혐의를 포착하더라도 수사의뢰까지 길게는 여러 달 걸리고, 평균 수사 기간은 11개월에 달하기 때문이다. 건보공단은 직접 수사할 경우 그 기간이 대폭 단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건보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도록 하는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됐지만 3년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김원이 의원은 "불법개설 혐의로 수사 중인 경우 지자체가 해당 의료기관의 폐업신고 수리를 거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며 "사무장병원 수사는 전문성, 신속성이 핵심인 만큼 건보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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