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제품 금지
"마이크론 공백 한국 내주면 한미동맹 약화"
중국이 미국 반도체 대기업 마이크론사를 제재한 가운데, 미 정치권 주요 인사를 중심으로 한국 기업이 마이크론의 공백으로 이익을 얻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공화당 소속의 마이클 맥콜 미 하원 외교위원장과 마이크 갤러거 하원 미·중 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이 2일(현지시간)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에게 보낸 공개서한에 따르면, 이들은 미 상무부가 중국 시장에서 마이크론의 공백을 한국과 일본 기업이 차지해 마이크론을 약화시키지 않도록 양국에 협력을 요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한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이 콕 집어 언급됐다. 이들은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 차관을 거론해 "한국 정부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의 시장 점유율을 채우는 걸 막기 위해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장 차관은 지난달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마이크론과 관련해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고,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사업을 하니 잘 판단할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당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중국에서 퇴출당한 마이크론의 시장 점유율을 한국 기업이 채워도 된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 해석한 보도를 내 논란이 됐다.
이후 한국 정부가 '기업들이 대응 방향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는 원론적인 취지의 발언이라고 해명했음에도 이번 서한에서 다시 한번 인용됐다. 이들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은 한국 기업이 마이크론의 시장 점유율을 대체하도록 허용하면서 동시에 반도체법(칩스법) 규정 이행과 중국을 향한 특정한 수출 규제에서 예외를 둘 경우, 중국 정부에 위험한 신호를 보낼 것"이라며 한미 동맹도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서한은 중국이 한국을 상대로 '회유'에 나서는 등 미·중 간 '반도체 패권 전쟁'으로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나왔다. 지난달 29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논평에서 안덕근 한국 통상교섭본부장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 간 회담을 언급하며 "양국이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려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 시장 내 구멍을 메워 주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이 마이크론 사태로 반사이익을 누리지 말고 미국을 도와야 한다는 요구가 최초는 아니지만, 미국 외교정책에 큰 영향을 끼치는 하원 외교위원장이 입을 열어 그 무게가 남다르다. 특히 삼성전자가 공장을 운영하는 텍사스주(州) 오스틴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맥콜 위원장까지 나선 만큼 미 의회에서 마이크론 제재에 대한 한국의 대응을 못마땅하게 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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