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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찌르는 고통 벗어나니 살맛 납니다"... '엔데믹'이 반가운 요양보호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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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찌르는 고통 벗어나니 살맛 납니다"... '엔데믹'이 반가운 요양보호사들

입력
2023.06.02 00:1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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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단계 하향 첫날]
요양원 종사자 "PCR 의무해제 반가워"
요양병원 면회 때 입소자 취식도 허용
의원·약국 마스크 해제, 기대·걱정 공존

코로나19 위기단계가 격하되면서 요양원 종사자의 PCR 선제검사 의무가 해제된 1일 서울 중랑구의 한 요양원에서 입소자와 요양보호사들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코로나19 위기단계가 격하되면서 요양원 종사자의 PCR 선제검사 의무가 해제된 1일 서울 중랑구의 한 요양원에서 입소자와 요양보호사들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이제 코 안 쑤셔도 된다고요? 신난다. 춤이 절로 나오네.”

1일 오전 서울 중랑구의 한 요양원 직원들은 요양보호사 신명자(65)씨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경보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완화되며 ‘엔데믹(풍토병화)’이 선언된 첫날. 요양원 등 감염취약시설 종사자가 일주일마다 한 번씩 받아야 하는 유전자증폭(PCR) 선제검사 의무가 이날부터 권고로 바뀌었는데, 출근해서야 뒤늦게 알게 된 신씨가 덩실덩실 어깨춤을 춘 것이다. 그는 “코를 찌르는 불쾌감과 고통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적응이 안 됐다”며 “앞으로 정말 홀가분할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2년 반 코 괴롭힌 PCR, 이젠 안녕~"

1일 코로나19 위기단계가 격하된 첫날, 서울 마포구 시립서부노인전문요양센터 면회실에 입소자의 외부 음식물 취식이 가능하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1일 코로나19 위기단계가 격하된 첫날, 서울 마포구 시립서부노인전문요양센터 면회실에 입소자의 외부 음식물 취식이 가능하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한국은 2020년 1월 20일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후 약 3년 5개월 만에 완전한 일상 회복의 길로 들어섰다. 확진자 7일 격리 의무가 5일 권고로 바뀌고, 의원급 의료기관과 약국의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도 해제됐다. 요양원과 같은 입소형 감염취약시설에서는 마스크를 계속 써야 하지만, 시설종사자를 대상으로 주 1, 2회씩 실시됐던 PCR 선제검사 의무가 권고로 변경된다. 2020년 12월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7년째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김영임(53)씨는 “몇 년째 주기적으로 PCR 검사를 받다 보니 코가 다 헐어버렸다”며 “감염병 확산세가 심할 때는 선별진료소 앞에 늘어선 줄 때문에 2시간씩 기다리는 게 일상이었다”고 토로했다. 이들에게는 매번 검사 결과를 조마조마하게 기다리는 일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여서 검사 의무 해제만으로도 격한 기쁨을 표한 것이다.

이날부터 요양병원ㆍ요양원에선 가족이 대면 면회를 할 때 입소자의 음식물 취식도 허용됐다. 다만, 면회 가족이 음식을 먹는 건 여전히 제한된다. 서울 마포구 시립서부노인전문요양센터에 99세 할머니를 모시고 있는 손녀 박모(49)씨의 양손에는 찹쌀빵을 비롯해 새우찜과 두유, 전통과자, 과일 등이 잔뜩 들려 있었다. 모두 평소 할머니가 즐겨 드시던 음식이다. 박씨는 “할머니가 음식을 드시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지만 마스크를 벗고 편하게 계실 수 있다는 게 더 다행”이라며 “요양원도 빨리 바깥세상처럼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의료기관 종사자는 거의 마스크 착용

1일 오후 서울 광진구의 한 병원에서 관계자가 마스크 착용 의무 안내문을 제거하고 있다. 뉴시스

1일 오후 서울 광진구의 한 병원에서 관계자가 마스크 착용 의무 안내문을 제거하고 있다. 뉴시스

일반 시민들도 방역조치 해제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날 서울 종로구의 한 치과를 둘러보니 마스크를 쓰지 않은 환자가 더러 눈에 띄었다. 맨얼굴의 이모(75)씨는 “틀니 문제로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을 오는데 마스크를 벗고 기다릴 수 있어 편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위생에 예민한 병원 특성 탓인지 ‘탈(脫)마스크’를 조심스러워하는 방문객도 적지 않았다. 마스크를 벗고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병원 출입문 입구에서 다시 꺼내 쓰기도 했다. 강모(40)씨는 “아직은 감염 우려를 다 떨치지 못해 병원에선 마스크를 착용한다”며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자연스럽게 벗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의사와 간호사, 약사 등 의료종사자들은 대부분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간호사 김모(51)씨는 “의료진과 환자 모두의 안전을 위해 당분간은 쓸 것”이라고 말했다. 약사 박모(42)씨도 “이젠 마스크를 벗는 게 더 어색하다”면서 “손님들 대신 나라도 좀 더 신중하자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나광현 기자
이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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