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단계 검증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
"회장 독단적 판단과 영향력 배제"
우리금융그룹이 최근 우리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선보인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회장 선임에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본부장급 임원부터 연간 50시간씩 리더십 교육을 실시해 인재를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정수 우리금융 전략부문 상무는 31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우리은행장 선정 프로그램’ 세부 내용을 설명했다. 그는 “사외이사와 그룹 회장으로 구성된 자회사대표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 내부 논의로 은행장 및 자회사 최고경영자(CEO)를 선발하는 게 금융업계 관행이었다”며 “절차적 투명성과 전문성을 높이고, 그룹 회장의 독단적 판단과 영향력을 최대한 배제하고자 처음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을 도입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앞서 우리금융은 3월 4일 1차 후보군 네 명을 대상으로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을 가동, 이달 26일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를 차기 우리은행장으로 내정했다. 최종 후보 선정까지 두 달이나 걸린 건 후보 검증 작업이 4단계에 걸쳐 진행됐기 때문이다. 1단계 외부 전문가 심층 인터뷰에선 △금융산업 이해 △은행경영 전략 △규제·리스크 관리·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략 △리더십 및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종합 검증했다. 평가위원 네 명이 후보 한 사람당 8시간씩(2시간씩 4회) 코칭(학습)과 심층 인터뷰를 실시하는 방식이었다.
2단계 평판조회에선 후보자의 상사와 동료, 부하직원의 다면평가가 이뤄졌다. 인터뷰 대상을 이전의 두 배로 늘리고, 한 사람당 50여 분씩 충분한 시간을 할애했다. 이 상무는 “은행 내부 시스템으로 걸러지지 않는 리더로서의 품성, 알려지지 않은 이슈, 업무 소통상 약점 등을 정교하게 물었다”며 “후보자 네 명 모두 치명적인 결격 사유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3단계 사외이사 대상 업무보고, 4단계 자추위 심층면접까지 거친 뒤 최종 후보가 낙점됐다.
이번 경험을 토대로 자회사 CEO뿐 아니라 회장 선임에도 적용되는 경영 승계 프로그램을 구축해 조직 내부에 안착시키겠다는 게 우리금융 계획이다. 선발대상 시점을 4~5년 정도 앞둔 본부장 2, 3년 차부터 최소 연간 50시간 이상 리더 역량 연수를 실시하고 평가 과정을 거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이 상무는 “한순간 우연히 후보가 돼서 리더가 되는 방법은 지양하고, 전문 역량을 잘 훈련받은 인재들이 리더가 되는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과정을 설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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