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웰컴 투 치펜데일'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디즈니플러스 바로 보기 | 8부작 | 18세 이상
남성들이 훌러덩 옷을 벗는다. 여성을 유혹하듯 야릇한 춤을 격정적으로 춘다. 목에는 하얀 칼라에 보타이를 맨다. '야하다'는 표현으로 압축할 만한 외형과 몸동작이다. 한 해 전 세계에서 200만 명이 관람한다는 남성 스트립쇼 ‘치펜데일’은 이목을 집중시키기 충분하다. 사람들, 특히 여성들을 열광토록 하는 치펜데일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모든 일이 그렇듯 이면의 이야기는 경악할 정도로 흥미롭다.
①그 남자의 아메리칸 드림
소멘 바네르지(쿠마일 난지아니)는 인도에서 온 미국인이다. 그는 꿈이 하나 있다. 자기만의 사업을 크게 키우는 거다. 소멘은 스티브라는 미국 이름을 쓰며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하려 한다. 그는 주유소에서 일하며 번 돈을 거의 그대로 모아 1975년 클럽 ‘치펜데일’을 연다. 처음엔 카드를 즐길 수 있는 클럽이 장사가 되리라 여겼으나 파리만 날린다. 여자들이 진흙탕에서 레슬링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손님을 끌어모으려 하나 잘 되지 않는다.
스티브는 머리를 식힐 겸 동료와 어느 바를 들렀다가 큰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을 떠올리게 된다. 남성이 옷을 벗고 춤을 추는 클럽을 만들면 여성들이 몰려들 거라고 그는 생각한다.
②우연과 집념이 빚어낸 쇼
스티브의 예감은 들어맞는다. 그는 운 좋게 조력자들을 만나며 사업을 키우게 된다. 회계를 공부한 젊은 여성 아이린(애널리 애시퍼드)이 합류하고, 에미상을 2차례 수상한 닉(머리 바틀릿)이 힘을 보탠다. 특히 닉의 안무는 치펜데일에서 벌어지는 남성 스트립쇼에 날개를 달아준다.
스티브의 남다른 사업 감각도 무시할 수 없다. 그는 스트립쇼 반대 시위를 조장해 대중의 관심을 끄는 등 독특한 발상으로 사업을 키워간다. 좋은 동료를 만나는 우연과 성공을 향한 스티브의 집념이 맞물리며 사업은 잭팟을 터트린다. 하지만 좋은 일에는 좋지 않은 일이 끼어들기 마련. 스티브와 닉은 주도권을 두고 신경전을 펼치다 갈등의 골을 파기 시작한다.
③우정을 질투로 바꾼 욕망
스티브는 성공에 목마른 사람이다. 꿈을 위해 가업을 버리고 인도를 떠나 미국에 정착했다. 그는 성공을 위해서라면 위법과 탈법을 서슴지 않는다. 그런 그에게 동료였다가 라이벌로 변모한 닉은 눈엣가시다. 스티브는 닉의 도전을 두고만 볼 수 있을까. 유명 남성 스트립쇼가 대중을 사로잡기까지의 과정은 꽤 충격적이다. 태동기부터 살인사건이 끼어들고, 날카로운 대립이 이어진다. 성공이라는 불을 향한 부나방 같은 이들의 욕망은 비극으로 이어진다. 드라마는 한 이민자의 꿈이 성공이라는 중간단계를 거쳐 파국이라는 종착점에 이르기까지의 모습을 촘촘하게 복기해낸다. 그 과정에는 1970~80년대 미국 사회상이 담겨 있다.
뷰+포인트
남성들 노출 장면이 꽤 노골적으로 등장한다. 여성이 종종 눈요기거리로 전락하는 여느 성인물과는 정반대다. 디즈니플러스는 가족용이라는 편견을 불식시키는 또 다른 콘텐츠다. 유명 시나리오 작가 로버트 시겔 주도로 제작됐다. 파키스탄계 미국 배우 쿠마일 난지아니의 열연이 돋보인다. 관련된 이들의 비극과는 무관하게 치펜데일이 40년 가량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건 아이러니다. 드라마를 본 이들이라면 쇼를 온전히 즐기지는 못할 듯하다. 치펜데일은 18세기 영국에서 유행했던 장식장의 제조자 토머스 치펜데일(1718~1779) 이름에서 왔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73%, 시청자 65%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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