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4조 원 넘게 추징
플랫폼 사업을 영위하는 다국적 기업 A는 판매와 홍보‧마케팅, 연구개발(R&D)을 수행하는 자회사를 설립한 후 영업을 해 왔다. 핵심 사업 활동을 국내에서 한 만큼 사업자로 등록하고 수익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하지만, A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회사의 자잘한 이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냈을 뿐, 그 외에 수천억 원의 수익은 세금을 내지 않고 모두 해외로 반출했다.
국내 의류업체 B는 해외법인에 제품을 위탁‧제조해 현지 거래처에 공급해 왔다. 이익을 빼돌리고자 사주는 자녀 명의로 설립한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가 사업하는 방식으로 변경, B사 수출물량을 빼돌렸다. 페이퍼컴퍼니 설립 후 현지 거래처로부터 B사가 받은 대금은 2019년 82%(2018년 대비)→2020년 1%→2021년 0%로 급감했다. 사주 일가는 이렇게 축적한 페이퍼컴퍼니 이익으로 해외에서 주택 27채를 구매했다. 해외 주택 취득도 신고하지 않아 임대소득까지 탈루했다.
국세청은 부당한 국제거래로 국부를 유출한 역외탈세자 52명(법인 포함)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31일 밝혔다. 대상은 △현지법인을 이용해 수출거래를 조작한 수출업체(19곳) △투자수익을 부당 반출한 사모펀드와 역외 편법 증여한 자산가(12명) △사업구조를 위장해 국내 소득을 유출한 다국적 기업(21곳) 등이다.
‘강남부자보험’으로 알려진 역외보험상품을 자녀 명의로 가입한 뒤 보험료 약 20억 원을 대납하거나, 부동산 개발 사업 성공을 앞둔 현지 법인 주식을 자녀에게 넘겨주는 식으로 700억 원 안팎의 이익을 편법 증여한 자산가도 이번 조사에 포함됐다.
오호선 조사국장은 “역외탈세는 세금 부담 없이 국부가 유출되는 반사회적 위법행위”라며 “디지털 포렌식과 금융추적조사 등 가용한 집행 수단을 총동원해 끝까지 추적하고, 세법질서를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역외탈세 규모가 커지면서 2017년 56억6,000만 원이던 역외탈세 세무조사 건당 평균 부과세액은 2021년엔 68억1,000만 원까지 확대됐다. 법인 세무조사당 평균 부과세액(9억8,000만 원)의 약 7배다. 최근 3년간 국세청이 역외탈세 세무조사로 추징한 금액은 4조149억 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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