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벽지 거주 환자, 장애인 등 제외 재진만
약사회, 플랫폼 업계 등 이해당사자 반발
소아 환자 예외적 초진 허용도 논란 대상
"염증은 좋아졌네요. 약은 더 필요 없을 것 같고, 진료비는 나중에 병원 올 때 주세요."
보건복지부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확정안을 발표한 30일 서울 도봉구 한 가정의학과 의원에서 시범사업 기준에 준해 비대면 진료를 진행했다. 이날 오후 30여 분가량 진행된 비대면 진료를 받은 환자 5명 중 4명이 재진환자였다. 1명은 초진 환자이지만, 뇌병변 장애환자여서 예외 대상에 해당했다. 비대면 진료는 의사가 환자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환자 상태를 관찰하고 상담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은 사용하지 않았다.
이날 비대면 진료를 받은 60세 여성 환자는 가슴 주변부 염증으로 해당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던 재진 환자였다. 백재욱(51) 원장은 "지난 25일 약을 처방했는데, 약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진료했다"며 "지금쯤 증상이 완화됐을 거라고 생각해 비대면 진료를 시행했고, 그렇지 않았다면 내원을 권유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가 다음 달 1일부터 시범사업으로 전환되면서 원칙적으로 초진은 불가능해진다. 특정 의료기관에서 동일한 질환으로 진료를 받았던 환자들만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약업계, 플랫폼업계 등 이해당사자 반발… "졸속 추진"
시범사업 확정안을 두고 이해당사자들은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그간 의료계가 우려했던 광범위한 환자 범위 등에 대해서는 의견을 수렴한 흔적이 보인다"면서도 "진료행위를 중개하는 플랫폼업체에 대한 준수사항이 언급되지 않았는데, 환자 안전이나 정보 보호 등 준수사항이나 규제가 의료법에 준해 시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원칙적으로 반대해 온 약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대한약사회는 "중개 플랫폼업체를 충분히 규제할 장치를 마련하지 못했다"며 "문제점 해소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비대면 진료를 시행하면 오진, 과잉 진료와 의약품 오남용으로 인한 피해는 의료취약계층에 집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플랫폼업계는 비대면 진료 시범 사업 대상자를 재진 위주로 제한할 경우 업계가 고사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정부가 원칙적으로 초진을 금지하자 강하게 반발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초진 대상이) 65세 이상 노인 중 장기요양등급자, 감염병 1, 2급 확진자로 제한돼 당정협의회에서 발표한 초안보다 더 퇴보했다"며 "모든 피해와 불편은 국민의 몫으로, 계도기간 내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보 재정 부담, 초진 환자 범위 등 논란
업계 반발 외에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당장 건강보험 재정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칠지도 미지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한시 허용된 비대면 진료의 수가는 대면진료 수가의 130% 수준이었다. 정부는 30% 비싼 기존 비대면 진료 수가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비대면 진료가 자리 잡고 이에 따른 가산 수가를 지급하게 되면 건보 재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차전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시범사업에 소요되는 건보 재정을 정확하게 파악하긴 어렵다"며 "본 사업에선 수가를 재평가해 조정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소아청소년 환자의 야간·휴일 비대면 상담 초진 허용을 두고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야간·휴일 소아청소년 초진 환자의 비대면 처방을 금지한 것과 관련해 "육아 가구의 고통을 외면한 결정"이라며 "소아과 대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반면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복지부가 아이들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 것은 아이들 목숨을 걸고 의사들에게 도박을 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대면 진료에서도 제대로 된 진단을 놓치는데, 소아청소년 대상 진료는 초진과 재진 구분 없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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