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지지자들, 밤새 승리 만끽
강력한 반대 민심 다독이기는 '숙제'
2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대선 결선 투표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승리하자, 그의 지지자들은 밤새도록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다만 과반을 가까스로 넘긴 '52% 득표율'에서 보듯, 그가 완전히 쪼개진 민심을 통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9일 영국 B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 승리 연설이 이뤄진 수도 앙카라의 대통령궁에 32만 명이 운집했다고 자찬했다. BBC는 "그를 기다리던 지지자 일부는 기절해 경찰의 도움을 받아 끌려나갔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거리에 쏟아진 인파는 튀르키예 깃발을 흔들고, 폭죽을 터뜨리며 대선 승리를 축하했다. 차량 경적과 노랫소리도 밤새도록 울려 퍼졌다. 에르도안 대통령 지지자인 알리 탈립은 "우리의 지도자가 세계를 이끌게 될 것이고, 온 세상이 우리를 부러워할 것"이라며 기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도 지지자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며 승리에 도취했다.
강력한 '반에르도안' 민심... 에르도안, 다독일까
그러나 이는 '반쪽짜리 기쁨'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번 대선에선 유독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반대 여론이 강력했다는 이유다.
지난 14일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정의개발당(AKP) 후보 에르도안 대통령은 49.52% 득표율을 기록했다. 6개 야당 연합 후보로 출마한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44.88%)와 4.64%포인트 차이에 불과했다. 2018년 6월 대선 때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를 하며 가뿐히 무하렘 인제 CHP 후보를 제친 것과는 대조적이다.
결선 투표에서 압승을 한 것도 아니다. 개표가 99% 진행된 상황에서 에르도안 대통령 득표율은 52.14%였다. 클르츠다로을루 후보(47.86%)와 4.28%포인트 차이로, 오히려 1차 투표 때보다 격차가 줄었다.
클르츠다로을루 후보도 깔끔하게 승복하지 않았다. 그는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최근 치러진 선거 중 가장 불공정했다. 국가의 모든 수단이 전적으로 한 사람을 위해 존재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선거 기간 중 "에르도안 대통령의 당선은 곧 권위주의 강화"라고 주장해 온 그는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을 계속하겠다"고도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인 '좋은당(IYI)' 소속 당원 피살 사건까지 발생했다. IYI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튀르키예 북부 해안 도시 오르두에서 IYI 당원 헤르한 쿠르트는 에르도안 대통령 지지자들의 칼에 찔려 사망했다. 우구르 포이라즈 IYI 사무총장은 "(정치) 양극화의 결과"라고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그간 반대파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부추긴 탓에 살인까지 일어났다는 취지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반(反)에르도안' 민심 다독이기에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승리 연설에서 "국민 모두의 승리"라면서도,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를 향해선 "테러리스트 편을 들고 있다"고 독설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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