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갑질 가해자 10명 중 1명은 고객 등 제3자
현행법으로 처벌 대상 아냐... 피해자만 골병
직장갑질119 "괴롭힘 금지법 확대 수정해야"
손으로 눈깔을 파버린다. 시키는 대로 하면 되잖아 XX야.
아파트 입주민 이모씨가 경비원들에게 퍼부은 폭언
직장에서 괴롭힘 피해를 당한 10명 중 1명은 고객이나 민원인, 원청 관리자나 직원 등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직장인들이 일터에서 직접적으로 마주해야 하는 '슈퍼 갑'이지만 직장 구성원이 아닌 탓에 폭언을 퍼붓고 괴롭힘을 일삼아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처벌 대상이 아니다.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경찰에 신고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라,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지난 3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경험한 응답자(301명) 중 고객이나 민원인·거래처 직원(6.3%), 원청업체 관리자 또는 직원(3%)에게 피해를 입은 이들은 9.3%로 나타났다. 근로기준법상 이들은 직장 내 근로자가 아니어서 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특히 아파트 경비원들이 입주민으로부터 받는 피해가 두드러졌다. 경비원 B씨는 직장갑질119를 통해 "아파트 입주민 대표 회장이 관리실 직원과 통화 중 '개XX' 등 폭언·욕설을 했다"면서 "관리사무소장에게 관리실에서 슬리퍼 착용을 하지 못하게 하는 등 부당한 지시를 요구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지난 3월에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법의 심판을 받은 입주민도 있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부장 배성중)는 지난 19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범죄 등), 업무방해 등으로 기소된 입주민 이모(28)씨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다. 이씨는 경비원들에게 흡연구역을 10분마다 순찰하고 관리실에 맡긴 택배를 배달해줄 것을 요구했고, "개처럼 짖어봐라" "식물인간을 만들겠다"는 등의 폭언과 협박을 일삼아왔다. 또 선고 직후에도 입주민 대표 회장을 찾아가 피해자를 해고하라고 강요하기도 했다.
직장갑질119는 "아파트 입주민 등 가해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여전히 국회 서랍에 처박혀 있다"면서 "아파트 입주민, 원청회사 직원 등 '갑 중의 갑'에게 괴롭힘 금지법을 적용하고 보복 갑질을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도 소비자 등 제3자에 의해 괴롭힘을 당한 노동자도 보호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신하나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아파트 입주민에 의한 괴롭힘은 경비원에게 상당한 고통이 된다"면서 "(이씨의 사례처럼) 악랄한 괴롭힘은 매우 엄하게 처벌해 유사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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